(단독)KT 김영섭,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참여연대 고발 검토

자사주 매입 한달여 뒤 대규모 자사주 소각 공시
포스코 미공개정보이용행위 사건과 유사
“의심 소지 충분, 우연이라도 이사회 윤리에 어긋나”

입력 : 2024-05-23 오후 2:56:3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KT가 김영섭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입 한 달여 뒤 대규모 자사주 소각 발표를 한 것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검찰이 같은 혐의로 수사 중인 포스코 사례와 유사하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포스코를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KT의 관련 의혹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참여연대 “미공개정보 이용 우려, 검토 후 대응”
 
김주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생경제팀장은 23일 “이사회 결의 전에 자사주 소각 결정을 했다면 미공개정보를 이용했을 우려가 충분히 있다”면서 “공시 전에 주식을 매입한 것은 문제될 여지가 있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포스코 고발도 했었기 때문에, KT도 그런 혐의가 있는지 내부검토 후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영섭 대표는 3월22일 KT 주식 5300주, 약 2억원(1억9769만원) 치를 장내 매수했습니다. 4월5일엔 또다른 비등기임원도 300주(1092만원)를 매입했습니다. KT는 5월9일 1789억원 규모의 기존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했습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최정우 전 회장 등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 64명의 자사주 매입 건은 이들이 2020년 3월 12~27일 주식 1만9209주를 사들였고(최정우 3월17일 615주, 약 1억원 매입), 4월10일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발표된 내용입니다. 참여연대 고발을 통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행위, 상법상 배임 혐의 등의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이에 대해 KT는 “(경영진의) 책임경영 차원”이라고 했습니다. 1789억원 자사주 소각 계획이 최초 검토된 시점을 묻는 질문엔 “공시나 이사회 상정 등 공식 시점 외 알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미공개정보가 아니라는 취지로 “2023년 2월부터 주식 소각 정책에 관한 공시가 꾸준히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2023년 10월17일 중기 주주환원 정책 공시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연도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 및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익소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배당가능이익으로, 주식을 사서 곧바로 소각하는 이익소각입니다. 5월9일 공시한 1789억원 기존 자사주 소각(감자소각)과는 구별됩니다.
 
이익소각은 배당가능이익(이익잉여금)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소각 후 자본과 자산의 감소도 일어납니다. 반면 감자소각은 자본금만 줄어들 뿐 감자차익이 발생해 자본과 자산 감소가 없습니다. 3월25일 271억원 이익소각이 이뤄졌는데, 금액으로 비교해도 이번 감자소각이 더 큰 대형 이벤트입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발표한 이익소각 정책만으로 외부자가 1789억원 규모의 감자소각 공시 계획이나 시점 등을 예측할 순 없습니다.
 
지난해 8월 초 김영섭 대표 부임 직전 자사주 1000억원 소각 발표가 있었는데 KT에서 14년 만의 소각이라 소각 자체가 흔치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5월 소각 공시 전엔 회사의 외국인 지분 제한(49%) 규제 때문에 추가 자사주 소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과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주식 매입 전 소각 검토 가능성 높아
  
때문에 김영섭 대표가 주식 매입 시점에 이미 자사주 소각 일정을 알고 있었느냐가 법률적 쟁점입니다. 지난해 주주총회 때부터 기관투자자와 일부 소액주주들의 기존 자사주 소각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주환원정책의 연장선이란 KT 주장대로면, 감자소각을 상당 기간 검토했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영섭 대표가 주식을 매입할 당시 구체적인 자사주 소각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도 중요정보는 형성됐을 수 있습니다. 2007년 대법원은 미공개정보이용행위 사건 관련 “일반적으로 법인 내부에서 생성되는 중요정보란 갑자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구체화되는 것으로서 중요정보의 생성 시기는 반드시 그러한 정보가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확실하게 완성된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법원은 또한 이익 유무보다 행위 자체 발생 여부에 초점을 둡니다. 2017년 이뤄진 대법원 선고에선 “법인 대표자의 주식 매매행위도 당연 처벌 대상”이라며 또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자신의 이익 추구 목적이든 타인 이익을 위한 것이든 제한이나 구별을 두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1789억원 자사주 소각은 24일 예정입니다. 주식 수가 줄어들어서 물리적 가치 상승(주당순이익, EPS 상승)이 이뤄집니다. 게다가 기존 주주들의 보유 지분율이 상승해 배당권리가 확대됩니다.
 
얻는 이익이 없어도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법 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에 따른 제443조 벌칙 규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하는데,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벌금의 상한액 5억원’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려 주주 이해와 상충하는 내부자거래를 방지하려는 목적입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변호사)은 “2억원이면 금액도 커서 조사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이라며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면 사법처리 대상이고, 모르고 우연히 했다고 해도 기업 임원으로서 윤리적 측면이 어긋난다. 통상 임원들로부터 내부자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데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하는 이사회 윤리에 어긋나, 회사 차원 징계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짚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미공개정보이용행위는 합리적 의심이며 주주들이 소송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코 사례를 보면, KT CEO가 자사주를 취득하고 난 다음에 자사주 소각을 한 달 뒤에 의결했다는 것은 충분한 의심의 소지가 있다”며 “CEO라면 그런 오해를 받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각 전 검토는 당연해 포스코 사례와 비슷하다”며 “이 정도면 형사고발 건인데 사실관계가 좀 더 드러나면 고발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진=KT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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