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진단)②환경 살리고 돈도 버는 '녹색채권'

업권별 특성 맞춰 채권 발행
보험사 녹색전환 속도 더뎌

입력 : 2024-06-1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성남·윤민영·신대성·민경연 기자] 국내 금융산업의 신규 먹거리로 녹색채권(Green Bond·그린본드)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최초 발행이 시작된 이후 급성장을 거듭 중인데요.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등 업권별 특징을 살려 시장에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11일 한국거래소 ESG 채권 현황에 따르면 녹색채권은 2018년 최초 발행된 이후로 꾸준히 성장했습니다. 국내 녹색채권 상장잔액은 2019년말 2조700억원, 2020년말 3조300억원에서 2021년말 14조8090억원으로 388.75% 급성장했습니다. 이후에도 급성장을 거듭해 2022년말 20조200억원, 2023년말 25조6062억원에서 최근 기준 26조9814억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은행권 녹색채권 발행 비중 3%대 그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녹색채권 잔액은 2조6600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9.9%에 해당합니다. 이 중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녹색채권 잔액 비중은 3.0%(8100억원)입니다. 업권별로는 카드사 6.0%(1조610억원), 캐피탈 5.9%(1조5800억원), 증권사 0.37%(100억원), 공기업 34.1%(9조1640억원), 사기업 47.9%(12조8740억원)입니다. 금융권 보다는 사기업과 공기업의 발행 비중이 높았습니다.
 
시중은행은 친환경 목적에만 사용하는 녹색채권보다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 용도를 겸하는 지속가능채권을 주로 발행했는데요. 2018년 이후 4대 은행이 발행한 전체 ESG채권 중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14.4%로 집계됩니다.
 
다만 건수로는 8건의 국내외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까지 총 3조1029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국민은행은 2021년 7856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등 ESG 관련 투자 및 발행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돼 해당 자산군 발굴 및 발행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지난해 발행량을 늘린 은행들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녹색채권을 비롯한 ESG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5억유로(7302억원) 규모의 그린모기지 커버드본드를 발행했습니다. 우리은행도 연초 7억달러(9400억)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증권가 신먹거리 '녹색채권'
 
증권업계의 경우 대형사를 중심으로 녹색채권 발행과 인수 규모가 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3년간 3조2000억원을 인수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같은 기간 KB증권은 3조원, 한국투자증권은 2조2000억원, 미래에셋증권은 6827억원 가량 인수했습니다.
 
증권사의 직접 발행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21년 2월 증권사 최초로 1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요. 같은 해 3월 KB증권은 1100억원, 뒤 이어 6월 한국투자증권이 1500억원을 발행했습니다.
 
증권가가 해당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부 정책과도 방향성이 맞고,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이 창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녹색채권 등 ESG시장을 키우는 정책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면서 자금조달 과정에서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은 당연히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사, ESG 채권 통해 상생 금융 실천 
 
카드업계의 경우 ESG 채권을 통해 상생 금융을 실천 중입니다. 카드사들이 ESG 채권 발행 규모를 늘리는 이유는 고금리 환경에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자금 조달을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실제 장기화된 고금리 환경으로 작년 전업카드사들의 ESG 채권 발행액은 총 2조3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습니다. 올해 1분기 발행액은 9100억원에 달합니다.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발행액의 40%를 채웠습니다. 카드사별로 현대카드는 35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으며, 지난해 25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는데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발행액을 넘어섰습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나 현금서비스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여전채에서 조달합니다. 그러나 여전채 금리가 높아지면 카드사의 이자 지급 부담이 커집니다. 때문에 대안으로 ESG 채권을 발행할 경우 카드사에 이점은 많습니다. ESG채권은 친환경·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으로 발행돼 사용처가 제한적이지만, 대신 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채권 대비 금리가 약 0.02%포인트 낮기 때문에 자금 조달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총 1조17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던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에만 전년의 33.3% 수준으로 발행액을 채웠습니다. 하나카드도 1분기에 1700억원 규모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2분기 1000억원, 3분기 1700억원의 사회적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타 채권보다 금리가 낮고 상생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수요가 많다"며 "ESG 채권 외에도 봉사나 기부 등 사회적 책임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 '녹색 전환' 언제쯤
 
반면 보험업계는 타 업권과 달리 여전히 친환경 관련 녹색 전환은 소극적인데요. 업계에선 기후리스크와 관련해 기업 건전성 측면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과 사회 책임적인 측면에서 취약층의 리스크를 보완하는 방법 등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합니다.
 
우선 기후 위기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세계적으로 커지면서 보험사들은 리스크 대응 비용은 물론 투자 손실 등 전반적인 시나리오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15개 금융회사와 공동으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앞두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삼성·교보·한화생명·신한라이프 등 4개 생명보험사와 삼성·현대·KB·코리안리 등 4개 손해보험사가 포함됐습니다.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 중 기후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하반기에 영향력을 측정할 계획입니다.
 
다만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기후 관련 보험 상품에 대한 인식과 판매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형태의 상품 개발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환경부
최성남·윤민영·신대성·민경연 기자 drks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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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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