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인적분할 ‘제동’…재계 ‘비상’

쪼개기 상장 이슈에 이사충실 의무 강화
인적분할 자사주 매직 뒤늦게 시행령 규제
“사후약방문이지만 루프홀 방지 의미”
“법률 위임 범위 벗어난 시행령 개정은 위헌소지”

입력 : 2024-06-10 오후 2:43:34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규정을 바꿔 재계의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에 제동을 겁니다. 재계는 소송이 빈발할 것과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것 등 부작용을 우려합니다. 반대편에선 늦었더라도 규정 도입이 다행이나 실효성엔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적분할 관련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법률 위임 범위를 넘어서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0일 정부 및 재계에 따르면 정부가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규정(상법 제382조의3)에 주주이익을 포함시킬 방안을 추진합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의 입법발의가 다수 이뤄졌으나 폐기된 바 있습니다. 이번엔 정부가 주도해 입법 가능성을 높입니다.
 
당초 법안이 발의됐던 배경엔 LG화학, 카카오, SK케미칼 등의 쪼개기 상장(이중상장)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중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해 손해를 봤지만 이사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불만이 소액주주에게서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가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도입했고 5년내 분할 상장 자회사는 주주 보호 노력을 평가해 상장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슈는 식지 않았습니다. 근래 HD현대마린솔루션 등 기존에 분할했던 자회사가 뒤늦게 상장하며 또다른 논란을 낳았습니다.
 
시장에선 SK온을 비롯해 DB하이텍, 포스코, 코오롱인더, LS일렉트릭, 세아베스틸, 한솔홈데코, SKC, 한화솔루션 등 다른 물적분할 사례도 많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재상장 계획이 잡혀 있어, 정부가 뒤늦게 팔걷은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인적분할은 자사주 활용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역시 21대 국회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으로 다수 발의된 내용이지만 폐기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인적분할 시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기로 입법예고했습니다. 소위 자사주 매직(의결권 부활)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 내용들 중 하나입니다.
 
재계는 물적분할 관련 입법개정 되면 소송이 빈발할 것을 걱정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송사에 자주 휘말리면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주저하게 되고 그에 따라 아무래도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인적분할은 이미 SK, LG, GS, HD현대, CJ, 한진칼, OCI, 이수화학, 대한제강 등 과거 다수 대기업들이 지주전환 시 자사주 활용을 끝낸 뒤라 지금 현안에선 벗어나 있습니다. 지주전환을 포기했던 삼성의 경우 아예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며 논란이 생길 여지를 없앴습니다.
 
 
 
실효성이나 절차적 문제 등은 여전한 과제입니다. 우선, 이사 충실의무 범주에 주주를 포함시키더라도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에 따라 소액주주와 이해상충할 여지가 생깁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 개정 후에도 다수결 원칙에 따라 이사는 대주주의 의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한계를 꼬집었습니다.
 
자사주 시행령 개정의 경우 정당성을 떠나 위헌 소지가 제기됩니다. 권 교수는 "상법에서는 자기주식 신주배정하는 것에 대해 문제 삼지 않는다"며 "결과적으로 행정부 소관인 시행령이 강제되면 사실상 법률인 상법 등 입법을 바꾸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이는 입법부의 법률제정권이 침해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법에서 위임되지 않은 규정을 시행령에 두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 무효"라고 해석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사충실 의무 강화가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는 법원의 태도에 달렸지만 진일보라고 생각된다"며 "자사주 신주 배정 금지는 지주회사 전환을 활용해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를 막는 효과가 있다. 다만 대부분 재벌들이 이미 활용한 이후이기에 사후약방문 성격이 있지만 루프홀(loophole, 빠져나갈 구멍) 방지라는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이사충실 의무 법안과 비슷한 효과는 기존 주주대표소송이나 다중대표소송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사회가 업무 방기한 증거를 회사 외부인이 잡기 어려워 잘 활용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박 교수는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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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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