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마저 '흔들'…20·60대 덮친 '실직'

고용률 70% '역대 최대'에도 취업자 39개월 만에 '최소'
엇갈린 고용지표에 정부 "일시적" 대 시장 "고용 쇼크"

입력 : 2024-06-12 오후 4:43:40
[뉴스토마토 박진아·이진하 기자] 지난달 고용지표가 엇갈리면서 고용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처음으로 70%를 넘어섰지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9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은퇴해도 못 쉬는 고령층 중심의 일자리가 늘면서 고용 호조세를 견인했으나, 한창 일해야 할 청년층의 고용은 부진했습니다. 5월 고용 성적표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평가 역시 엇갈렸습니다. 정부는 공휴일이 낀 특수성 탓에 일시적 둔화라고 평가한 반면, 시장은 내수 부진 여파로 고용시장의 부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취업자는 '최소 증가' 실업자는 '최대 증가'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91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 수가 크게 줄어든 지난 2021년 2월(-47만3000명)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0.1%포인트 상승한 70%로, 1989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5월 기준으로 가장 높아 고용지표가 엇갈린 모습을 보였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1~2월 두 달 연속 30만명대를 기록한 후 3월 10만명대로 떨어졌다가 4월 20만명대로 다시 올라섰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10만명 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반등 흐름이 끊겼습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 이후 2021년부터 이어진 취업자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날씨 영향으로 취업자 증가 폭이 축소됐다"며 "조사 기간에 석가탄신일이 있어 취업시간대별 취업자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가 26만5000명이나 늘면서 고령층 중심의 고용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이 중 65세 이상에서 29만6000명, 70세 이상에서 13만9000명, 75세 이상에서 7만2000명이 늘었는데요. 고령층 고용이 활발한 단기 일자리 중심의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취업자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반면 한창 일해야 할 15세~29세 청년층의 취업자는 17만3000명 줄었습니다.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로, 청년층 취업자는 19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는데요. 청년층 고용률도 0.7%포인트 하락하면서 낙폭이 지난해 7월(-0.7%포인트)과 같은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실업자 수는 전 연령대에서 증가하면서 1년 전보다 9만7000명 늘어난 88만4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2월(20만1000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인데요. 특히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한 6.7%로, 2021년 2월(1.1%포인트)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60세 이상도 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노인 일자리 사업과 청년 인턴 등 구직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 연령대에서 실업자가 늘었다는 분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고용 쇼크' 우려 커지는데…정부, 또 '장밋빛 전망'
 
엇갈린 고용지표에 정부와 시장의 평가 역시 상반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두고 기저효과와 함께 경제활동 인구 조사를 시행하는 기간에 석가탄신일(5월15일), 즉 공휴일이 포함된 데 따른 '일시적 둔화'라는 입장입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17차 일자리 전담반(TF)' 회의에서 "5월 취업자 증가 폭 축소는 고용동향 조사 기간에 휴일 포함·강수일수 증가 등 기상 여건 악화와 같은 일시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에 대한 기저효과가 누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향후 고용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김 차관은 "6월 일평균 수출액·카드 승인액·해외여행객 입국자 수 등 내수 지표가 개선세를 보여 향후 고용에 긍정적"이라며 "취약부문 맞춤형 일자리 지원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릅니다. 일각에선 '고용 쇼크'라고까지 표현하며 내수 부진의 장기화 리스크를 시사한다는 우려까지 내놨습니다.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른 흐름은 내수 경기가 문제"라며 "고용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노인 일자리 경우도 정부의 물량 공세로 일자리 수를 늘린 것이지, 양질의 일자리는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젊은 층 일자리보다 고령층 일자리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긍정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5월 고용지표는 쇼크를 기록하면서 고용시장 부진이 본격화되는 것이 이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시장 악화 원인을 고려할 때 국내 고용 시장이 반등하기보다는 추가 둔화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민주당 의원 역시 "전년 동월 대비 신규 취업자 수가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비상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용률이 70%로 최고치'라며 낙관하는 분위기"라면서 "문제는 고용 상황이 '고용 쇼크'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내수침체를 외면해 온 사이 '나 홀로 자영업자'와 20대 청년 등 취약계층 전반의 고용이 양과 질 양면에서 모두 악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5월 고용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이진하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박진아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