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올라탄 '채상병 특검'…22대 국회 시작부터 '전쟁'

민주, 법사위 전체회의 단독 개의…국민의힘 '보이콧'

입력 : 2024-06-12 오후 5:25:1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폐기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부활을 알렸습니다.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심화되는 형국입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기 위해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구성한 22대 국회 11개 상임위원회에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경파' 정청래 법사위…숙려기간 '20일'도 생략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2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했습니다. 통상적으로 법률 제정안은 20일(상임위 15일·법사위 5일)의 숙려기간을 거치는 것이 관례이지만, 위원회 의결로 이를 생략하고 바로 안건으로 다룬 것입니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는데요. 지난 10일 열린 본회의에서 정청래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역시나 '반쪽'으로 진행됐습니다. 야당인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의원들만 자리를 지켰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불참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의 주무 부처인 법무부의 박성재 장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첫 회의를 일부 위원님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국회법 정신에 따라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회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겨서야 되겠느냐"며 "법사위는 국회법에서 정한 대로 국회법에 따라 운영하겠다. 법사위 열차는 항상 정시에 출발한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정 위원장은 또 불출석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향해서도 "대통령 눈치 보기인지, 아니면 법무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부처가 아닌지, 아니면 국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국회의 무시인지 이것은 나중에 다 자업자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채상병 모친 '눈물의 편지'…"꼭 진실 밝혀지길"
 
국민의힘과 박 장관의 부재 속에 진행된 회의였지만 야당 의원들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온 국민이 해병대원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책임자들과 윤석열 대통령만이 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꼬집었는데요. 그는 "정권의 핵심을 향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에서 특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채상병 관련 특검법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음에도 특검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순직 수사에 대한 사건이 아니라 수사 외압에 대한 사건이기 때문이다"라고 일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야당 간사로 선출된 김승원 의원은 고 채수근 상병 어머니의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편지에서 채 상병의 어머니는 "7월19일이면 저희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지 1주기가 돼 가는데 아직도 수사에 진전이 없고 엄마의 입장에서 염려가 되고 안타까울 뿐"이라며 "그날 물속에 투입을 시키지 않아야 될 상황인데 투입을 지시했을 때 구명조끼는 왜 입히지 않은 채 실종자 수색을 하라고 지시를 했는지 지금도 의문이고 꼭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채상병 특검의 조속한 처리 목소리는 장외에서도 들려왔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채상병 1주기가 다가오는 지금까지 진상 은폐에 혈안이 된 비정한 권력은 청년 병사를 두 번, 세 번 죽이고 유가족의 상처를 헤집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사고의 책임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범야권으로 묶이는 개혁신당도 채상병 특검에 지지를 더했습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격노까지 해가며 수사결과를 뒤집어야 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이제 국민은 알아야만 하겠다"며 "채상병 특검법 통과에 적극적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하루빨리 국회로 돌아오라"고 촉구했습니다. 개혁신당은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의힘이 국회로 들어와 성과를 내는 것뿐"이라고 국민의힘의 태세 전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특검을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명명백백하게 그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면서도 "무리한 특검은 오히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장애를 초래하게 될 것임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한편,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김승원 의원을 야당 간사로 선출하는 안건과 함께 소위원회 구성의 건도 처리가 됐습니다. △법사위 고유 법안을 심사하는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 △타 상임위 법안의 체계 자구를 심사하는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등 총 4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인데요. 이날에는 우선 각각의 소위원회에 각각 8명, 11명, 8명, 6명을 배치하는 방안만 결정하고 각 소위의 구성원은 13일까지 각 교섭단체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채상병 특검법 역시 제1소위원회 회부를 보류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채상병 특검법은) 위원회 의결로 소위원회 회부 없이 본회의로 올려도 하자는 없다"면서도 "소위에서 심도 깊게, 국민의힘 소위 위원들이 참여한 가운데에 더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 온당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이어 그는 "향후 소위 선임이 이뤄진 후 회부하겠다"고 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진양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