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오만과 무능 끝판왕…파국 전주곡

협치·견제 실종…민주 '상임위' vs 국힘 '특위' 구도 지속

입력 : 2024-06-14 오후 5:09:37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여야는 여전히 입씨름만 지속하고 있습니다. 범야권 192석을 등에 업은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비롯한 주요 상임위원회를 독식하면서 '입법 독주'를 예고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며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협치와 견제'가 사라진 국회에는 오만한 야당과 무능한 여당만이 남았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 자리. (사진=연합뉴스)
 
'법사위 탈환·상임위 독식'…공멸의 정치
 
21대에 이은 22대 국회의 파행 운영은 일찍이 예견된 결과였습니다. 민주당이 관례상 여당 몫으로 돌아갈 법사위와 운영위원회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하면서인데요.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후반기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법사위원장이 전체회의를 열지 않은 탓에 주요 법안 처리가 어려웠다며 이를 법사위 독식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한 달가량의 원 구성 협상 기간이 있었지만 여야는 평행선만 달렸고 민주당은 결국 법사위·운영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의 위원장 자리를 일방적으로 가져갔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남은 7개 상임위를 조속히 구성하라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의장의 양당 원내대표 회동 제안도 거부했다"며 "이만하면 충분히 기다려줬다. 더 이상 기다릴 여유도, 이유도 없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는데요. 이어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17일에 본회의를 열어 7개 상임위 구성을 완료할 수 있도록 거듭 요청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입법 독주'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에 좌초된 법안들을 차례대로 소환하고 있는데요.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이 시발점이 됐습니다. 
 
범야권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개의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상적인 숙려기간(20일)도 채우지 않은 채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본회의로 직회부할 수도 있었지만, 일단은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논의 여지를 남겨두며 법안소위로 넘겨둔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 진상규명 특검법)과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23건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기로 결의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고려해 '윤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개정안)도 발의했습니다. 윤 대통령 일가로 향하는 칼날을 피하는 구멍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민주당은 겹겹이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구명하기 위한 '방탄 법안'들도 연이어 발의했습니다. '대북송금 특검법'(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멍을 위한 특별검사법)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참석한 의원들이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회정치 원상복구 의원총회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북한 문제 및 오물 풍선 관련 현안 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죽고 사는 서바이벌 게임…해법 없다"
 
이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독식 이후에는 연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 구성 백지화'를 재차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회정치 원상복구는 잘못된 원 구성을 전면 백지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여러 대화도 대표 간에 좋지만 국민 앞에서 협상을 해보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님께 원 구성 협상을 주제로 국민 앞에서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민주당의 민생 정책 압박에는 자체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상임위 활동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날에는 법조인 출신으로 구성한 '이재명 사법파괴 저지 특위'도 설치해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에 맞불을 놓았습니다. 특위에서는 "현 정부를 뒤흔들고 있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권력의 오남용을 자행하고 있는 민주당이야말로 이번 국회 마비, 국정 표류의 원인이자 주범"이라고 파행 운영의 책임을 돌렸습니다.  
 
전문가들은 '출구 없는 여야 간 대치'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거는 죽고 사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 양상이기 때문에 해법이 있을 수 없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는데요. 그는 "좌우 진영 수장의 사법리스크가 한국 정치를 교란시키고 있다"며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양보하라' 혹은 '타협하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국민의힘이 변화의 여지를 보이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조언이 이어지는데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야당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는 것은 너무 추상적인 전략"이라며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라도 7개 상임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새 당대표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지금의 형국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최 교수는 "당대표가 뽑히고 (국민의힘이)혁신해 나가면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당대표가 채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을 과감히 받는 정도까지는 돼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그는 "국민의힘이 바뀔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고 봐야 한다"는 비관적 관측도 덧붙였습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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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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