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둘러싸고…기재부·KDI '엇갈린' 진단

기재부 "내수 회복 조짐"…KDI "고금리로 둔화·부진"
기재부, 온도차에 "표현의 차이…방향성 차이 없어"

입력 : 2024-06-14 오후 4:13:3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내수 회복을 둘러싸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이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가 회복되는 조짐"이라는 경기 진단을 두 달째 이어간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수 둔화·부진"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와 반대되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두 기관 모두 제조업과 수출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내수 회복에 대해서는 온도 차를 보인 것입니다. 정부는 추세를 따지지만, KDI는 추세뿐 아니라 지표의 일정 수준 유지 여부까지 판단하는 만큼 양측의 진단이 엇갈린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재부, 두 달째 "내수 회복 조짐"
 
기재부는 14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방한 관광객 증가·서비스업 개선 등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고 있다"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17일 경제동향 5월호에서도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치기 시작했는데요. 이전까지는 '수출 회복세와 달리 내수는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등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었지만, 지난달부터 '내수가 회복될 조짐이 있다'는 좀 더 긍정적인 평가로 바뀌었습니다. 정부의 이 같은 내수 진단 변화는 한국은행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1.3% 성장(잠정치)했고, 특히 민간소비가 0.7% 증가했다고 발표한 뒤 나타났습니다.
 
특히 두 달째 내수 회복세 진단을 유지한 배경으로 민간소비 증가를 꼽았습니다. 5월 소매 판매는 신용카드 승인액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가 소비 회복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는데요. 지난달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3.4% 늘었고,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1년 전보다 170%나 증가했습니다. 여기에 농산물·석유류의 가격 안정세, 공업제품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7%에 그치면서 물가도 내부 회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6월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DI "내수 회복세 아직"…고금리에 소비 여력 악화
 
그러나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정부의 판단과 달리 KDI는 지난 11일 자체 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은 양호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내수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내수 부진의 요인으로 고금리를 거론하며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소비 여력이 악화함에 따라 대다수 품목에서 감소세를 이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KDI는 상품소비와 밀접한 소매판매액(-3.4%→-2.6%)은 감소 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백화점(-9.9%), 전문소매점(-6.4%), 대형마트(-6.0%) 등 대부분의 오프라인 판매 실적도 부진한 점을 내부 부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내수 회복 조짐에 대해 정부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변화 양상을 주목하고 있고, KDI는 아직 (회복세라고 부를 만한) 일정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고 보는 등 표현상의 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와 경기 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정부와 각 기관이 동일하게 견지하고 있고 방향성에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조속한 물가안정 기조 안착, 내수 온기 확산 등 체감할 수 있는 회복을 통한 민생안정에 최우선 역점을 두겠다"며 "철저한 잠재 위험 관리와 우리 경제의 역동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0.4%포인트 올린 2.4%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내수에 대해선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 1.9%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정부 전망과 다르게 부정적 평가를 내렸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된 유제품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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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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