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은행 임직원 도덕불감증 심각"

이복현 원장, 20개 은행장들과 간담회
"내부통제 부실, 은행 조직문화 개선해야"

입력 : 2024-06-19 오후 3:58:14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을 만나 최근 잇따라 벌어진 은행권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직원 윤리의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불완전판매와 직원 횡령 등 내부통제 부실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금융권 신뢰가 떨어졌다는 지적입니다. 
 
"금융사고 반복, 은행 존립 위협"
 
이 원장은 19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은행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내부통제 부실, 불완전판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 및 가계부채 관리 등 은행권의 주요 현안과 향후 은행산업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잇따른 불완전판매와 끊이지 않는 횡령 등 금융사고로 임직원의 도덕 불감증,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이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불완전판매와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보다도 임직원의 의식과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며 경영진이 조직문화 적립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및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책무구조도 도입 등 여러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지만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는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 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ELS 사태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은행의 단기실적위주 문화가 한 몫 했다"며 "이번 사태가 은행이 영업실적보다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과보상체계를 정립하는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호주, 네덜란드 등 해외 금융감독당국을 참조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호주와 네덜란드는 전담조직을 설치해 조직문화를 평가하고 취약점에 따라 조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금융사 조직 문화를 계량화해 감독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제적인 논의와 한국 사정을 고려해서 논의 중이고 의견 수렴하는 중"이라며 "그런 문제의식까지 테이블 위로 올려놓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19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및 불완전판매 방지를 강조했다. 사진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조병규 우리은행장 (사진=뉴시스)
 
은행장들, 금융사고 재발방지 약속
 
연이어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은행장들은 재발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가장 최근 드러난 건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가량 횡령 사고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경남 김해의 한 지점에서 대리급 직원이 100억원 상당의 고객 대출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농협은행도 지난 3월 109억원가량의 배임 사고를 적발한 바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100억대 횡령 사고와 관련해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으로 전체적으로 막을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해서 철저하게 저희가 파악하고 그리고 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서 재발 방지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도 "근절 방안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 잘해야 한다"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 횡령 사고와 관련해 "개정 지배구조법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필요 시에는 허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본점에 대한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책무구조도가 면피 수단으로 쓰이게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법이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 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은행의 자본비율 부담 완화 방안도 언급했습니다. 이 원장은 "은행 조직문화 변화에 따라 불완전판매 및 금융사고 위험이 줄어든다면 자본비율 산정을 위한 운영위험 가중자산 산출에 있어 감독상의 유인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원장은 "지금 발생한 사고에 대한 제도적 예방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줄 수 있게된 후 운영상의 자율이 부여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권의 조직문화 정립을 촉구했다. (사진=금융감독원)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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