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자회사 배당 비과세 수익 폭증

4대그룹 핵심 계열사들 일제히 배당수익 확대
대기업에 조세지출 수혜 집중…"낙수효과 끊어져"
“국내 매출 말고 해외 빼 나가라 부채질”

입력 : 2024-06-24 오후 1:50:17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정부의 해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익금불산입)로 지난해 주요 대기업의 배당금수익이 폭증했습니다. 이에 따른 조세감면분도 폭증한 반면, 정부가 기대한 낙수효과는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결과가 나왔습니다. 해외 투자자본을 국내 회수하려는 게 당초 조세감면 목적이었지만 거꾸로 국내 자본의 해외 이탈만 부추긴단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배당금수익이 기아차 29.8배, 삼성전자 7.4배, LG전자 2.4배, 현대차 2.3배 순으로 전년대비 늘었습니다. 배수는 기아차가 높지만 금액 규모는 삼성전자가 압도적입니다. 삼성전자 작년 배당수익은 29조968억원입니다. 지난해도 3조9523억원으로 많았지만 올해 7.4배 늘어 3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29.8배 늘어난 기아차는 3조7482억원이 됐습니다. 이어 현대차 3조5338억원, LG전자 1조7596억원, SK하이닉스 1200억원 순입니다.
 
이들 4대그룹 핵심 계열사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전반적으로 배당수익이 늘어난 것이 추정됩니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통계에서 해외자회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금이라 볼 수 있는 직접투자소득수지 중 직접투자일반배당수입은 2022년 144억1400만달러에서 2023년 434억4600만달러로 290억3200만달러(약 56조원) 증가했습니다. 배수로는 3배 정도 증가한 수치입니다.
 
경실련이 24일 해외자회사 배당금에 대한 비과세 정책 결과를 분석해 발표하는 모습. 사진=이재영
해외자회사로부터 배당수익에 대한 2023년 법인세 감면액을 추정해보면 삼성전자가 7조6815억원, 현대차가 9930억원, 기아차가 9895억원, LG전자가 4645억원, SK하이닉스가 316억원입니다. 5개 기업 합산 10조1603억원가량 됩니다. 각사가 세무상 과세되지 않는 수익으로 분류한 법인세액 합산금액 9조6739억원과 비슷합니다. 삼성전자의 해외자회사가 법인세율 15%인 외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았다면 국내에 납부할 법인세액은 1조416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25%로 가정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됩니다. 즉, 익금불산입제도 시행 후 수조원 규모 세수 징수가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입니다.
 
정부가 강조한 낙수효과를 보면, 조세지출예산서상 조세지출 수혜자별 귀착 비중이 중·저소득자가 2021년 71.1%에서 2023년 68.8%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고소득자는 28.9%에서 31.2%로 늘어났습니다. 또 중소·중견기업은 같은 기간 74.1%에서 70.0%로 감소했지만, 상호출자제한기업은 10.9%에서 16.7%까지 커졌습니다. 조세정책 효과가 재벌과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배당 비과세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에서 수출거래는 배제시킨 감면정책과 더불어 국내 투자, 기술개발할 것들을 해외로 더 빼 나가라고 부추기는 것”이라며 “해외서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인 다음, 그걸 국내 배당하면 95% 세금을 깎아주니 국내에서 매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내서 만들고 소비하고 매출할 것을 해외로 빼 나갈 수 있도록 세제상 우대를 준 것”이라며 “국내외 계열사든, 비계열사든 협력사와 일감을 나눠서 해야 하는데 그런 걸 국내서 하면 24% 법인세를 내야하고 해외서 하면 (수출거래)비과세 처리를 해준다. 낙수효과 기제를 파괴하는 것이고 산업공동화도 더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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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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