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명 사건에 대한 병합심리 결정…법원 재량인가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 2024-06-28 오전 8:16:3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추가 기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지방검찰청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제3자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수원지방법원에 공소제기했다. 이로 인해 이 대표는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 등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사건 이외에 수원지방법원에도 출석해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한 재판을 받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사법의 경제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개의 법원에 기소되어 있는 사건을 하나의 법원으로 하여금 모두 심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1인이 범한 여러 가지 죄를 관련사건으로 정의하면서(제11조), 지역을 기준으로 하는 토지관할이 다른 여러 개의 관련사건이 각각 다른 법원에 계속된 때에는 공통되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의하여 한 개 법원으로 하여금 병합심리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6조). 예를 들어 피고인이 절도죄와 폭행죄를 범한 혐의가 있는데, 그 중 절도 사건은 A지방법원에 폭행 사건은 B지방법원에 각각 공소가 제기되어 있는 경우 피고인이 이 두 사건 모두를 A지방법원에서 심리받고 싶다는 취지의 신청을 하면 두 법원의 상급 고등법원이 같다면 고등법원이 A지방법원으로 하여금 甲에 대한 사건을 모두 합쳐서 재판하게 할 수 있고 고등법원이 다르다면 대법원이 합쳐서 재판받으라고 결정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형사소송법 제6조가 공통되는 바로 위의 상급법원이 병합심리하게 "할 수 있다"는 문구로 규정되어 있어서 피고인의 신청이 있어도 상급법원이 재량적 판단으로 이를 기각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그러나 우리 형사법의 경합범 처리 기준에 주목해보면 1인이 범한 수개의 범죄혐의의 경우에는 당사자가 신청하면 상급법원은 반드시 병합심리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형법 제37조 전단은 아직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수개의 죄를 경합범으로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8조는 이러한 수 개의 죄에 대한 형량결정에 관하여 흡수주의, 가중주의, 병과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형법의 입법취지를 보면 법원은 피고인의 수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면 가중주의 등 일정한 규칙에 따라 처단할 수 있는 형을 정하되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형량만 산출하도록 되어 있다. 즉, 우리 형법은 적어도 법원이 피고인이 범한 죄의 수를 알 수 있고 이들 죄를 동시에 선고할 수 있는 한 최종적으로는 피고인의 모든 죄에 대한 하나의 합산형만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외가 바로 결격사유와 관련한 의무적 분리선고 규정이다. 예를 들어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은 "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제1항제3호에 규정된 죄(예: 선거범)와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하여는 이를 분리 선고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이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수 개의 법원에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라면 몰라도, 관련사건을 모두 하나의 법원에서 심리받게 해달라고 신청하는 경우, 소송경제나 피고인의 인권보장의 이유를 따져볼 필요도 없이 법원이 피고인에 대한 다수의 범죄사건을 유죄로 인정하면 하나의 합산형을 선고하기 위해서라도 수개의 범죄사건을 어느 하나의 법원으로 하여금 심리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피고인에 대한 수 개의 범죄사건이 각각의 법원에 계속돼 있음을 기화로 각각의 법원으로 하여금 재판하여 형을 산출하도록 하는 경우에는 미국과 같이 수개의 형량의 누적적 합산형을 취하는 형벌체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수 개의 범죄사건이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병합신청이 있으면 공통되는 상급법원인 대법원은 반드시 어느 하나의 법원으로 하여금 재판하도록 결정해주어야 한다. 이 경우 대법원의 병합심리 결정은 여러 개의 사건을 동시에 심판하여 하나의 합산형을 도출해야 한다는 형법의 규범적 지침이므로 재량이 아니다.
 
이진국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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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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