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 유증에 CB 전환물량 급증…오버행 주의

무늬만 영구 CB…11% 금리에 스텝업 조항까지
CB 상환 플랜은 주식전환?…유증으로 전환가 33%↓

입력 : 2024-07-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의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에 발행했던 영구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주식전환가능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선 만기가 돌아온 영구 CB의 이자 부담이 커진 코오롱생명과학이 CB 주식전환을 통한 상환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습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20일 각각 150억원, 250억원 규모의 2회차, 3회차 CB 전환가액을 3만2611원에서 2만1760원으로 조정한다고 공시했습니다. 400억원 규모의 CB 전환가액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 번에 33.27%나 낮아졌습니다.
 
CB 전환가액이 급격히 낮아진 것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최대주주인 코오롱(002020)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 덕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2~3회차 CB는 시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 조건이 없습니다. 다만 CB의 주식전환전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신주 발행 등이 이뤄질 경우 전환가액을 신주 발행가(전환가)로 조정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코오롱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의 유증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달 20일 납입이 완료됐습니다. 유증 납입이 완료되면서 2~3회차 CB의 전환가액 역시 유증 발행가인 2만1760원으로 조정됐습니다.
 
2~3회차 CB가 발행된 것은 지난 2021년 12월 당시 표면금리 0%로 발행됐습니다. 만기는 30년인 2051년까지인 점에서 영구CB로 분류됐습니다.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약속한 만기 보장 수익률은 4%, 3.5%씩이었는데 발행 3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만기 보장이자가 변할 수 있는 조건이 있습니다. 민간 채권평가사가 제시하는 BBB-급 회사채 3년물 민평 금리에 2%를 가산하는 식입니다.
 
현재 해당 등급 회사채 3년물 민평 금리는 9%대입니다. 발행 3년이 돌아오는 올해 12월 CB를 상환하지 않는다면 11%가 넘는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에 3년 후 1년이 지날 때마다 직전 금리를 1% 가산하는 '스텝업' 조건도 포함됐습니다. 형식상 영구 CB임에도 코오롱생명과학이 장기간 상환을 유예하기는 부담스러운 구조인 셈입니다.
 
당초 2~3회차 영구 CB 역시 조기상환청구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컸습니다. 다만 최근 코오롱생명과학이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유증에 나서면서 주식전환을 통한 상환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2만400원으로 2~3회차 CB 전환가는 비슷한 수준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자 부담과 함께 CB 상환 부담까지 덜 기회가 생겼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오버행 우려가 커졌습니다. 전환가액이 낮아지면서 400억원 규모의 영구 CB 주식전환가능 물량도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주식전환 가능 물량은 기존 122만6579주(9.95%)에서 183만8235주(16.10%)로 급증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구 CB의 역시 일반적인 CB와 마찬가지로 보통주로 전환돼야 발행사 입장에서 실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스텝업 조건으로 상환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룹사의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코오롱생명과학 입장에선 주식전환이 이뤄지는 것이 베스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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