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 주춤해진 C커머스…국내 플랫폼 반격 기회?

국내 폭격했던 C커머스…이용자 수 증가세 제동
가품 논란·유해 물질 검출 등으로 신뢰도 낮아져
토종 업체 이용자 수 반등 추세…완성도 높은 콘텐츠 확보 관건

입력 : 2024-07-10 오후 3:59:40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에서 거침없는 확장세를 보였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기세가 최근 한풀 꺾인 모양새입니다. 그간 이들 플랫폼은 초저가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내 온라인 쇼핑 수요층을 빠르게 흡수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가품 논란에 휘말리고, 심지어 소비자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 성품까지 검출되면서 C커머스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실정입니다. C커머스의 고속 성장 흐름이 주춤해지면서 그간 급속도로 침체됐던 국내 플랫폼들의 반등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들이 C커머스 대비 염가 경쟁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만큼,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 조언합니다.
 
(제작=뉴스토마토)
 
알리·테무, 3월 정점 찍고 4월부터 이용자 수 감소 추세
 
10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는 월평균 이용자 수가 올해 3월 정점에 도달한 뒤 4월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습니다. 알리의 경우 3월 887만1429명이었지만 4월 858만9022명으로 줄었고 5월에는 830만387명까지 감소했습니다. 또 테무는 3월 829만6485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4월 823만8624명, 5월 797만318명으로 뚜렷한 감소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처럼 이들 플랫폼의 이용자 수 증가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초저가 공세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가품이나 정체불명의 의약품, 음란물 등이 판매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적지 않은 제품들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고 있는 점도 소비자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이 됐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알리, 테무, 쉬인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용 장화·모자·가방 등 12개 제품의 안전성을 검사한 결과에서는 6개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특히 어린이용 장화의 경우 기준치의 680배가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조금씩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쿠팡은 지난 5월 이용자 수가 3111만6133명으로 부동의 1위를 이어갔고, 티몬·위메프·인터파크쇼핑(티메파크)는 879만3253명으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티메파크는 3월 827만6193명, 4월 877만6764명으로 꾸준한 이용자 수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또 G마켓·옥션도 지난 5월 848만66명으로 전월(784만3038명) 대비 큰 폭으로 이용자 수가 늘었는데요.
 
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입은 셈입니다. 아울러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이 초점을 맞춘 경영 효율화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종전 대비 공격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가져간 점도 주효했다는 분석입니다.
 
염가 경쟁할 수 없는 상황…"거래 방식 등 변화 줘야"
 
이커머스 이용자 수에 다소 변화가 생기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격에 나설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현실적으로 토종 기업들이 염가 경쟁력에서 C커머스를 압도하기 쉽지 않고, 대체로 적자에 시달리는 가운데 현금 동원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다만 업계는 C커머스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빈틈을 노리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실 C커머스는 국내에 진입한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도 전에 잃어버린 상황을 맞이했다"며 "안전성 이슈 등 치명적인 논란이 불거지면서 C커머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렇다 해도 국내 플랫폼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한 현재와 같은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구독 경제를 강화하는 등 거래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C커머스는 도입 초기 국내에서 가격 등 요인으로 큰 이슈가 됐지만, 막상 브랜드 품목이 다양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살만한 제품들도 많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점점 수요가 감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 중 빠른 배송을 채택하지 않고 있는 곳이라면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가 짧은 기간 내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0' 하나가 빠질 만큼의 가격으로 초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했고, 이를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기 어려웠던 측면도 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상품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급기야 안전성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에게 C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또한 확대된 상황"이라며 "이 점에 착안해 국내 업체들이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C커머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구축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천 인천공항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세관 관계자가 알리익스프레스 장기 재고 화물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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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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