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투자 실패 '하바나'…고려아연, 금융투자 손실 부담

자산·현금 대비 단기금융투자 비중 높아
SM시세조종 사건 묶인 하바나 펀드 등
고려아연 “현금 풍부한 회사의 자연스런 행위”
삼성전자나 현대제철에 비해서도 과중

입력 : 2024-07-12 오후 4:11:3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고려아연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단기금융투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손실이 나고 있습니다. SM시세조종 투자 사건과 연루된 하바나펀드 투자 등에 대해 회사 측은 유휴 현금을 활용한 자연스런 기업활동이라고 해명했지만, 현금이 많은 다른 상장사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비중입니다.
 
12일 각 사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1분기말 기준 단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1조3000억원입니다. 이 계정은 주식이나 펀드 등으로, 현금성자산 대비 위험 투자자산을 모은 항목입니다. 회사에 따라 포괄손익에 반영하기도 하지만 고려아연은 당기손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고려아연은 1분기 1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는데, 금융투자 손실을 포함한 금융비용이 713억원 발생하는 등 영업이익에서 722억원이 삭감돼 당기순이익은 11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고려아연의 단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은 사내 핵심자산인 유형자산(3조9274억원) 대비 33.1%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 7105억원과 비교하면 182.9%나 됩니다.
 
앞서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다수의 펀드에 출자해 손실을 입은 것 관련,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회사로서 여유 현금을 활용한 투자(펀드 등)는 보유 현금이 풍부한 모든 회사가 하는 자연스러운 행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상장사 중 가장 현금이 많은 삼성전자의 경우 단기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281억원에 불과합니다. 비중으로 보면 유형자산 191조1555억원 대비 0.0147%입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 61조9060억원에 비해도 1% 미만 수준(0.0454%)입니다.
 
비슷한 금속가공업 상장사 중엔 지주회사가 많은데 그 중 전문사업체인 현대제철도 고려아연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회사의 단기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은 2114억원입니다. 비중은 유형자산 18조451억원 대비 1.1715%, 현금및현금성자산 1조1185억원 대비 18.9003%로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고려아연의 금융투자는 결국 손실로 연결됐습니다. 고려아연이 99% 이상 출자했던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펀드 중 저스티스, 텐저린, 하바나 등은 현물 일부만 회수한 채 모두 청산했습니다.
 
청산된 펀드 중 하바나(고려아연 지분율 99.8%)는 SM시세조종 사건에도 연루돼 논란입니다. 고려아연은 "블라인드펀드에 투자한 유한책임출자자(LP)로서 펀드 결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지창배 원아시아 회장,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의 재판에서 검찰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의 연관성을 증인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지난 6월21일 공판에선 SM지분 매수 사건 관련, 증인신문 도중에 검찰은 “배재현 대표의 지인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아니냐”고 물었고 증인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블록딜 투자 건을 다룬 카카오 내부 회의에서 원아시아 외 블록딜이 문제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배 대표의 지인’에게 검찰이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고려아연은 펀드 관련해 "블라인드 펀드로 참여한 것으로, 운용사가 어떻게 자금을 운용했는지 회사가 전혀 알지 못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회사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에 대해 "대부분이 위험도가 낮은 채권형 펀드"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고려아연이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 확장 일환으로 미국의 도시광산업체에 투자했던 인수합병(M&A) 건도 출자 후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7월 인수한 이그니오홀딩스에 고려아연은 총 5819억원을 쓰고 100%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연결 모회사인 페달포인트는 1분기 85억원 당기순손실을 봤습니다. 전년동기에도 529억원 적자였습니다. 중간에 다른 회사를 추가 인수하면서 연결 이익은 희석됐습니다. 이그니오홀딩스는 작년 말 기준 부채를 포함한 자산이 1835억원 규모입니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이그니오는 미국 시장에서 자원순환 분야 신생기업이다. 저희로선 인수가능한 최선의 기업을 찾아서 딜을 진행한 것"이라며 "페달포인트는 캐터맨 인수 등으로 실제 이번 반기 실적이 기존 대비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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