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정부가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여 경기 회복 흐름이 확대 중"이라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내수 회복 조짐'에 대한 언급은 지난 5월부터 3개월째인데요. 기존 '경제 부문별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는 판단으로부터 진일보한 모습입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온도차를 보입니다.
내수 관련 지표, 여전히 부진
기획재정부는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내수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여전히 부진한 모습입니다. 지난 5월 상품 소비인 소매판매는 내구재(0.1%), 비내구재(0.7%)가 증가했으나 준내구재(-2.9%)가 줄면서 전월 대비 0.2% 감소했습니다. 정부는 6월 소매판매에는 소비자 심리지수 개선과 방한 관광객 증가세는 긍정적 요인으로, 할인점 매출액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5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5% 감소했습니다. 금융·보험(-2.5%), 정보통신(-1.6%) 등 업종에서 줄었습니다. 6월 서비스업에는 온라인 매출액, 차량 연료 판매량 증가는 긍정적인 영향,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하락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습니다.
투자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 5월 운송장비(-12.3%)가 큰 폭 감소한 가운데 기계류(-1%)도 함께 줄면서 전월보다 4.1% 감소했습니다.
건설투자인 건설기성(불변)도 건축공사(-5.7%)와 토목공사(-1.1%) 실적이 감소하며 전월대비 4.6% 줄었습니다. 아파트 분양은 반등했으나 건설수주(-35.4%)는 전년동기 대비 감소하며 향후 건설투자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째 증가세입니다. 6월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 수출 호조세로 전년 동월대비 5.1% 증가했고, 일평균 수출액(26.5억 달러) 역시 12.4% 늘었습니다.
물가에 대해서도 지난달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에서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중'이라고 진일보한 진단을 내놨습니다. 6월 소비자물가는 2.4%로 5월 2.7%보다 상승폭이 줄어 들었습니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2.2%로 이전달과 같은 수준을 이어갔습니다.
KDI는 엄중…경기 진단 엇갈려
정부의 이 같은 진단은 KDI의 총평이 이전달과 비교했을 때 더 조심스러워진 것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요.
지난 8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KDI는 “경기 개선세가 미약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달 경기진단에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보다 부정적으로 선회한 셈입니다.
KDI의 진단이 후퇴한 가장 큰 배경은 ‘내수’입니다. 최근 내수 부진 문제를 상당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인 셈인데요.
이에 대해 정부는 표현의 차이라는 입장입니다. 김귀범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KDI는 '물이 얼마나 찼느냐'를 정부는 물이 차오르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차이가 있다"며 "수출이 증가하면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로 연결돼 하반기로 갈수록 고금리나 고물가 쪽 내수 제약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체감경기가 확실히 개선된 상황은 아니지만 생산이나 소비 등의 지표가 개선됨으로써 체감경기와의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출 경기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는 국내 생태계보다 국제적인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어 낙수효과로 인한 파급 효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또 고환율이 유지되면서 여전히 수입 물가가 비싸다보니 내수도 들여다보면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이 지난달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6월 최근 경제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