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우윳값에…멸균우유 수입 '껑충'

작년 멸균우유 수입량 1년 새 18.9% 증가
국산 원유 및 우유 가격 상승에 멸균우유 소비층 증가
가격 경쟁력 및 장기 보관 탁월…선호 현상 지속 전망

입력 : 2024-07-15 오후 4:02:33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수입 멸균우유를 찾는 수요층이 부쩍 늘어 눈길을 끕니다. 그간 국내에서는 멸균우유가 다소 생소한 품목이었던 것이 사실인데요. 국산 우윳값이 가파르게 상승한데다 일반우유 대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특유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오프라인 채널 매대에서 멸균우유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풍경이 됐습니다. 특히 낙농가와 유업계는 올해 우유의 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원유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실정인데요. 이에 앞으로 멸균우유 선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저렴하고 장기간 보관 가능해 인기
 
수입산 멸균우유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입니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멸균유 수입량은 전년 대비 18.9% 증가한 약 3만7000톤(t)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독일, 폴란드 등 수입 국가도 다양화하는 실정인데요.
 
멸균우유는 일반우유보다 더 높은 135~150℃의 고온에서 2~5초간의 가열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모든 미생물이 제거되고 장기간 보존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빛과 공기를 차단하는 종이 용기에 담겨 개봉을 하지 않을 시 상온에서도 1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휴대용이나 비상식량으로도 적합하죠.
 
최근 멸균우유가 급부상 한데는 지난해부터 국내 일반우유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된 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지에서 판매되는 일반우유의 가격은 1리터(ℓ)당 3000원대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요. 특히 작년 원윳값 인상이 고스란히 시중 우유 가격에 반영된 탓이 컸습니다.
 
하지만 멸균우유는 일반우유보다 적게는 500원부터 많게는 1000원가량 더 저렴하면서도 풍미 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보니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품목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멸균우유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인데요.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동안 멸균우유 매출이 전년 대비 41.9%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마트24의 경우 멸균우유 매출이 53% 증가했는데요. 이마트24 관계자는 "멸균우유는 소비기한이 길고 저렴해 찾는 고객이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U는 올해 1월 폴란드에서 직수입한 '믈레코비타' 멸균우유를 1ℓ당 2000원 초반 선에 출시했는데요, 당시 출시 3주 만에 초도 물량 15만개가 완전판매(완판) 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달 CU는 독일 유제품 브랜드 '올덴버거'의 멸균우유(1ℓ) 2종을 직매입해 역시 2000원대 초반 수준에 선보였습니다.
 
주부 윤모씨(32·여)는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라 우유는 사실상 필수 품목인데 근래 1~2년간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멸균우유의 경우 일반우유 대비 맛 차이도 없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 최근 애용하고 있다. 보관 기간이 길어 우유 장을 자주 보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치솟는 원유 가격…"멸균우유 찾는 소비층 더욱 늘 것"
 
이 같은 멸균우유 인기는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안 그래도 높은 원유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까닭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낙농가와 유업계는 우유 원유 가격을 협상 중인데요. 지난달 다섯 차례 가량 논의를 진행했음에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 마감 기한을 지난달 말에서 이달 말로 1개월 연장한 상태입니다. 낙농가는 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1ℓ당 최대 26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유업계는 우유 소비 감소 등을 이유로 들며 최소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낙농진흥회는 흰 우유 등 음용유용 원유 기본 가격을 10년 만에 최대치인 1리터(ℓ)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확정한 바 있는데요. 이로 인해 시중 우유 가격이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3000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우유는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에 전반적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다른 식품 대비 가격 인상 파장이 큰 품목"이라며 "이미 올해 하반기 장마가 장기화하며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우유 물가 불안까지 더해질 경우 서민들의 고통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원유 가격을 변동시키는 구조가 매년 인상되는 것이 문제다.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낙농계 등에서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라며 "본래 수요 공급 원리에 의해 가격 결정이 추진돼야 하지만, 유업계에서는 경우 축산가 반대 의견으로 시장 원리가 가동되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배경으로 원유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이 가성비 있는 멸균우유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향후 그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수입 멸균우유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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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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