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에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는 시기,
카카오(035720)가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AI 시장의 승기를 노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카카오는 경영진 리스크에 시달리며 AI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처지가 됐습니다.
지난 17일 검찰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하이브의 인수를 방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의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범수 의장은 18일 임시 그룹협의회를 열고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나섰지만, 사실 여부와 별개로 사법 리스크의 현실화는 당분간 카카오를 옥죄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김 의장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그룹 구성원들이 힘 합쳐 경영 쇄신과 AI 기반 혁신에 매진 중인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을 맞아 안타깝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AI시대 진입기에 카카오가 주춤하는 사이 경쟁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분주하게 AI 관련 투자와 혁신에 매진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하나둘씩 내고 있습니다.
특히 카카오 본업 중 하나인 검색엔진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국내 검색 시장의 경우 토종 기업들의 득세로 그간 해외기업들이 넘보기 힘든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에서 카카오 다음은 3.44%로 마이크로소프트(MS) 빙 3.61%에 밀렸습니다. 순위도 기존 3위에서 4위로 한 단계 하락했는데요. 인터넷트렌드가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집계를 시작한 2010년 1월 이후 빙의 점유율이 다음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국내 포털 검색 시장 점유율. (사진=인터넷트렌드)
MS 빙이 다음을 앞지른 배경으로는 생성형AI '코파일럿' 지원이 꼽힙니다. 코파일럿은 이용자 주문에 따라 각종 문서나 자료를 요약·분석하는 AI입니다. MS뿐만 아니라 네이버도 자체 AI인 '하이퍼클로바X'를 검색 기능에 도입했고, 구글 역시 제미나이를 검색 엔진에 넣으면서 포털 운영자들은 생성형AI로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검색 엔진에 AI 기능을 지원하겠다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습니다. 회사 주요 사업 서비스인 카카오톡에 AI 기능을 넣을 가능성이 크지만 사실상 이러한 신사업도 예고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기능을 어떤 서비스에 접목할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성형AI 기능을 지원하는 외국 기업들의 국내 포털 시장점유율이 점차 증가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면서 "자칫 생성형AI 기술 개발 및 도입에 뒤처지기라도 한다면 국내 토종 검색 엔진사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도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