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커머스 업체들의 셀러(판매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이 글로벌 격전장으로 떠오름에 따라, 이커머스 플랫폼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유망한 셀러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인데요. 중국을 비롯해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국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셀러들을 대상으로 아예 신규 플랫폼을 개설하거나 국내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맺는 등, 시장 확장을 통한 연착륙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입니다. 이에 맞서는 국내 업계는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며 기존에 확보한 셀러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섰습니다.
해외 이커머스, 신규 채널 확장 및 협력 체계 강화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은 우리나라 시장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국내 셀러를 유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추세입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은 우리나라 상품의 해외 직접판매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당장 내달 8일부터 우리나라 기업 전용 B2B 웹 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의 운영을 시작하기로 한 것인데요.
이 사이트는 한글-영어 동시 번역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언어의 장벽 없이 글로벌 바이어에게 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알리바바닷컴은 이를 통해 우리나라 5000여개의 중소기업이 글로벌 B2B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인데요.
알리바바닷컴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4년 동안 누적으로 2550개의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알리 B2B 플랫폼을 통해 해외에 상품을 판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알리 측이 한국 파빌리온을 개설한 것도 우리 B2B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도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에 주목하며 셀러 모시기에 한창입니다. 앞서 지난달 말 아마존은 한국콜마와 함께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 셀러 데이'를 개최한 바 있는데요. 이는 K-뷰티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아마존과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국내 뷰티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 판로 확대 니즈가 결합되며 성사됐습니다. 지난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K-뷰티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7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싱가포르 기반 동남아시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쇼피도 베트남, 태국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상품의 해외 판매를 확대합니다. 쇼피는 향후 동남아 기준 3~5일 만에 배송이 완료되는 물류 시스템을 토대로 우리 셀러들의 매출 증가와 판로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쇼피에서 우리나라 상품의 주문 건수와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0%,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업계, 각종 지원책으로 셀러 편의성 제고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셀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업체들 역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기존 셀러들의 편의성 제고에 나섰습니다.
쿠팡은 이달 초 '로켓그로스' 셀러 전용 사이트를 신규 개설했습니다. 작년 3월 론칭한 로켓그로스는 중소상공인들이 상품 입고만 하면 이후의 보관, 포장, 재고관리, 배송, 반품 등 풀필먼트 서비스 일체를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인데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로켓그로스 웹 사이트에는 셀러들이 그동안 궁금해했던 로켓그로스 시스템과 등록 방법 등이 보기 쉽게 정리돼 있습니다. 더 많은 셀러들이 우수한 상품을 어려움 없이 판매하기 위한 취지에서 개설했다는 것이 쿠팡 측 설명입니다.
롯데온은 최근 신규 광고 솔루션 '스마트매출업'을 론칭하고 입점 파트너사들의 마케팅 지원에 나섰습니다. 스마트매출업은 롯데온 고객들의 검색 키워드, 구매 이력 등 행동 데이터를 머신 러닝(기계학습)으로 분석해, 각 고객별 맞춤형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추천형 광고 상품인데요.
롯데온 측은 입점 파트너사들에게 효율적인 마케팅 시스템을 지원하고, 고객에게는 맞춤형 상품을 제안해 만족도 높은 쇼핑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이번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셀러 지원에 나서는 이유는 많은 셀러를 확보해야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만나 볼 수 있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는 곧 플랫폼의 수요층 증가로 이어지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입점 셀러를 확대하기 위해 수수료를 면제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유효한 성과를 거두면서, 해외 신생 업체들 입장에서는 셀러를 빠르게 모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겼다"며 "이에 다른 업체들도 경쟁의식을 느끼며 셀러 확보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센터에서 한 택배 기사가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