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까지 거머쥔 한동훈…윤과 '불편한 동거'

최고위원 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진종오…지도부 붕괴 '저지선' 지켜
정치 입문 7개월 만에 '여당 대표'…한동훈 "민심 파도에 올라타자"

입력 : 2024-07-23 오후 6:01:49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양=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변은 없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에 반전은 없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는 과반 득표를 넘겨 결선 투표 없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신임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걸고, 수직적 당정 관계 재편을 예고하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62.84% 압도적 득표…차기 대권주자 입지 '확고'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한 대표는 62.84%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친윤(친윤석열)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김기현 당시 후보의 득표율이 52.9%였다는 점을 고려해도 높은 수치입니다. 한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심을 거머쥐고,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확실히 다진 셈입니다. 
 
하지만 친윤 대 친한(친한동훈계) 대리전이라는 평가를 받던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결과적으로 친윤계가 승리했습니다. 최고위원에는 김민전·김재원·인요한·장동혁 후보, 청년 최고위원에는 진종오 후보가 당선됐는데요.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신임 최고위원은 친윤계로 분류됩니다. 
 
친한계인 박정훈 후보가 득표율로는 4위를 기록하며 당심을 확인했지만, 당헌·당규상 유일한 여성 후보인 김민전 후보가 '여성 할당제'에 따라 최고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또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붕괴되는데, 당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대표가 안정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저지선'은 지켰습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한동훈입니다'로 수락연설의 시작을 연 한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우리는 치열하게 토론하고 경쟁하며 때로는 과열되고 갈등도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라며 "민주적 방식으로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읽고 답하지 않음)과 댓글팀 조성 의혹,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으로 번진 당대표 후보들 간 갈등 봉합을 거론한 겁니다. 
 
이어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 토론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해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며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고 말했습니다.
 
2년 연속 전당대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도 이날 축사에서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을 이겨내고 나라를 다시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며 '당정 원팀'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자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한 당대표 후보. (사진=뉴시스)
 
'차별화'가 관건인데…사안마다 용산과 '충돌' 불가피
 
하지만 한 대표가 사안마다 윤 대통령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 대표는 '탄핵의 길'이 열린다는 상대 후보들의 거센 비판에도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취임과 동시에 재의결을 앞두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을 놓고 야당과 협상에 들어가면 친윤계는 물론 윤 대통령과 정면충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채상병 특검법' 처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수직적 당정 관계를 재편하겠다고 밝힌 한 대표는 정책 추진에 있어 대통령실과 차별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당헌·당규상 입법과 상임위 활동, 의원총회 등은 원내대표 소관인 만큼 대통령실이 추경호 원내대표와 직접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관건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총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김 여사를 비공개로 조사했는데요. 한 대표 측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라는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옵니다. 조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수사 결과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는 건데,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는 대통령실 입장과는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야당이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한 대표가 거부권을 쥐고 있는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둘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각에선 당정 협력과 당내 통합을 위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바로 나서기보다는 일정 시간을 두며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고양=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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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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