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자폭'…누가 돼도 '심리적 분당'

사과에도 '공소 취소 불법 청탁' 폭로 파장…'한동훈 특검' 친윤계 이탈 가능성도

입력 : 2024-07-18 오후 4:20:29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가 종반으로 향하고 있음에도 당권 주자들의 '폭로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문자 공개와, 여론조성팀 의혹에 이어 '공소 취소 불법 청탁' 폭로까지 '자폭'이 이어지면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심리적 분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민의힘 한동훈(왼쪽부터), 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당대표 후보가 1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윤계 일제히 한동훈 '저격'…제2의 연판장?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공소 취소' 발언 공개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했습니다. 
 
한 후보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전날 CBS 스튜디오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자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는 폭로를 한 것에 대한 사과입니다. 
 
전당대회 기간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과 여론조성팀 운용 논란 등 자신에 대한 폭로가 쏟아지자 한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건데요. 
 
하지만 '자충수'가 된 한 후보의 반격이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야당은 "반드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번 폭로전이 '분당대회'라는 오명을 쓴 이번 전당대회의 기폭제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건데요. 친윤계(친윤석열계) 윤한홍 의원은 당 의원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한 후보를 겨냥해 '의원 개인의 비리로 기소된 것이 아닌데 대표가 되겠다고 하는 분이 한 말이 맞는지 믿을 수 없다.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앞장서겠는가'라는 비판글을 올렸고, 친윤계의 동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집니다.
 
여기에 권성동 의원과 대통령실 출신의 강승규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한 후보를 저격했고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철우 경북지사도 한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이른바 '제2의 연판장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훈 당선 땐…윤 '조기 레임덕' 불가피
 
결국 반복된 폭로전이 당의 분열을 야기한 만큼 23일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심리적 분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원희룡 후보는 지난 17일 서울·경기·인천·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한동훈 특검(특별검사)'에 반대하고 당대표가 되면 최선을 다해 막겠다"면서도 "하지만 야당은 특검을 할 것이고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보호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야당이 이른바 '한동훈 특검'을 표결에 부쳐서 통과시키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 해도 국회 재표결에서 친윤계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능했던 건 여당 내 이탈표 때문인데, '한 지붕 세 가족'인 지금 상황에서 단 8표의 이탈표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태"라며 "상당히 위태로운 '심리적 분당'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유력 당권주자인 한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윤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이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습니다. 윤상현 후보는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권력의 추가 급격히 미래 권력 한동훈 대표로 쏠리면서 당의 내분과 레임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분열은 윤 대통령의 당에 대한 그립감이 굉장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한 후보가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면 당정관계의 중심축이 국민의힘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이 유일한 대응 수단인데, 당정의 수평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한 후보가 대통령실과 각을 세울 경우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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