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이원석 검찰총장 퇴임까지 50일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영예로운 퇴임까지는 가시밭길입니다. ‘김건희 여사 수사’를 퇴임 전까지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인지가 미지수인 겁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과정에서 ‘보고 문제’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갈등은 봉합 수준이지만, 힘의 무게 추는 중앙지검으로 넘어갔습니다. 여러 차례 ‘원칙과 성역 없는 수사’를 말한 이 총장이 의지도 대통령실 문턱에 빛이 바래는 겁니다. 이 총장은 9월15일로 임기 2년의 총장직을 마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7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김 여사 수사는 또 한 번의 변곡점을 지났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가 지난 2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보관 중이던 ‘김여사의 명품백’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제출받았다고 밝힌 겁니니다. 수사팀이 지난 16일 대통령실에 명품백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지 10일 만입니다.
검찰은 대통령실로부터 확보한 가방이 앞서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2022년 9월 13일)한 것과 같은 제품인지 검증하고, 진위 여부와 사용 흔적 등을 확인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실을 소속 기관에 신고했는 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받으면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김여사 측은 명품백을 선물 받은 당일 대통령실 유모 행정관에게 "바로 돌려주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으니 기분 나쁘지 않도록 추후 돌려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합니다. 김 여사의 지시를 유 행정관이 ‘깜빡’하고 돌려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도 ‘김 여사 편’입니다. 권익위는 지난 6월10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비위 신고를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습니다. 대통령과 직무 관련성이 없어 신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주 검찰 내부를 급속히 냉각시켰던 이 총장과 중앙지검의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갈등은 다시 분출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특히 중앙지검이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수수한 끝에 '혐의 없음'으로 종결할 경우가 그렇습니다. 실제로 수사는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총장이 퇴임하기 전 결론이 나올 공산이 크다는 말입니다.
앞서 중앙지검이 김 여사를 검찰청 밖 모처에서 수사하면서 이 총장을 '패싱'하고, 이 총장의 감찰 지시에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들이받은 바 있습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따라간다면, 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종결할 때도 이 총장의 의사와 무관하게 자체 판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듭니다.
이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는 역시 이 총장이 임기 말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이 이미 차기 검찰총장 인선 절차에도 돌입한 만큼 수사팀을 비롯한 중앙지검의 결정에 이 총장이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게 법조계 관측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명품백을 확보하고도 이 총장보다는 대통령실의 ‘하명’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 총장의 뜻이 관철되기보다 속칭 ‘하명수사’로 끝나게 될 공산이 큰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