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지배구조 개편, 개미 '분통'…'두산밥캣 방지법' 주목

K-정책금융연구소 '이달의 좋은 법'에 '두산밥캣 방지법' 선정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 강화 골자
알짜배기 두산밥캣 분할합병으로 두산 지배력 강화
소액주주 가치 훼손 비판 직면

입력 : 2024-08-01 오후 5:46: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K-정책금융연구소는 매달 발의되는 국회 법안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달의 좋은 법'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22대 국회 두 번째 '이달의 좋은 법'은 지난 6월24일부터 7월18일까지(단, 상임위 구성이 지연돼 지난달에 심사 못한 기재위, 산자위, 정무위는 5월30일~7월 18일 기준으로 심사) 발의된 법안 중 심사했습니다.
 
K-정책금융연구소 자문위원의 추천을 받은 법안은 총 14개입니다. 이 중 운영위원회 2차 논의를 거쳐 '이달의 좋은 법'으로 김현정 민주당 의원(정무위)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두산밥캣(241560) 방지법'이 최종 선정됐습니다.
 
'알짜회사' 두산밥캣, '적자회사' 로보틱스 품으로
 
그래픽=뉴스토마토
두산밥캣 방지법은 공정한 합병가액 산정 책임을 강화하고 계열사간 합병 규제를 강화합니다. 합병 등 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 등을 기준으로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자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산정된 공정한 합병 등 가액으로 결정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난달 11일 두산(000150)그룹이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명목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합병가액에 대한 논란이 불붙었습니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034020)를 사업회사와 자회사인 두산밥캣 지분 46.1%를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합니다. 이후 인적분할한 신설 투자회사 지분을 두산로보틱스(454910)가 1 대 0.13 비율로 흡수합병해 두산밥캣 지분을 가져갑니다.
 
두산로보틱스는 남은 54.9% 가량의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두산밥캣 일반주주들에게 두산밥캣 주식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17462주로 바꿔주는 방식인데요. 지분 100%를 확보한 뒤 두산밥캣은 상장폐지 수순을 밟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밥캣 주주 '울화통'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선 두산그룹에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한 두산밥캣을 내주게 되는 상황입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시장 가치를 책정해서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받는 것이 아니란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분할 전 두산에너빌리티 보통주 1주에 대해 나눠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수는 분할비율(0.25)과 합병비율(0.13)을 곱한 0.03입니다. 즉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지고 있으면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받는 꼴입니다.
 
두산밥캣 주주들의 분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89억원을 벌어들이며 두산그룹 영업이익 97%를 채워줬습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192억 영업손실을 기록했죠. 적자 회사의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 알짜배기 회사인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넣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 출연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설명하고 있다. (사진=야단법석 영상 갈무리)
 
김 의원은 이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두산밥캣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 현행법 상에선 상장사간 합병시 합병가액을 주가만 놓고 계산하는데요. 때문에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등 본질가치완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되곤 합니다. 즉, 상대적으로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현행법을 최대치까지 악용한 것이죠.
 
김 의원은 1일 뉴스토마토 유튜브 <야단법석>에서 "결과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100주당 27만1000원의 손해를 본다"며 "두산밥캣 주주 역시 두산밥캣 1주에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바꿔주는데 현 주가로 보면 로보틱스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두산그룹이 일반 주주들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이유로 알짜회사의 지배력 강화가 꼽힙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합병 전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간접지분율은 14%지만 합병 후에는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율(42%)만큼 두산밥캣에 대한 간접지분율이 상승합니다.
 
두산그룹이 선택한 개편 방식은 대기업 그룹이 대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위법은 아니지만 자본시장법에서 합병을 할 때 주가를 기준으로만 합병 비율을 정하게 돼 있어서 그 법을 최대한 대주주들이 악용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두산밥캣 방지법 통과 여부 '촉각'
 
두산밥캣 방지법은 이달 26~28일 사이에 열리는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됩니다. 통과 여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데요. '야단법석'의 진행자인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기획위원(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대기업, 재벌 등의 횡포에 저항하는 법이 발의는 되는데 통과가 잘 안된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번에 발의한 '두산밥캣 방지법' 등 재벌들의 횡포를 저지시키는 법안들이 통과가 돼야 할텐데 통과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법안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의원은 "정부에서 계속 자본시장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밸류업의 핵심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을 하고 주가조작, 미공개 정보 이용 불공정 거래 등에 대한 법안을 만드는 걸 중점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산그룹은 '캐시카우'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분할합병 방식으로 넘기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분당두산타워 전경(사진=뉴시스)
 
현재 분할합병 진행은 순탄치 않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이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3개월 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증권신고서는 철회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금감원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9~10월에 예정된 주주총회도 변수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액주주 지분율이 지난 3월 말 기준 63.4%인데요. 상법상 분할합병 승인을 위한 주총 결의는 특별결의 사항입니다. 참석주주 의결권이 3분의2 이상, 발행주식 총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분할합병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6.78%를 쥐고 있는 2대 주주로, 주총에서 일반 주주들과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분할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김한결 기자
SNS 계정 : 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