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K컬처밸리 공사 중단 사태를 둘러싸고 복합 개발 시행업체 CJ라이브시티와 경기도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경기도는 사업시행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해 합의가 불가능해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하지만 K컬처밸리 개발은 공사 부지에서 폐기물이 발견된 데다 수질개선공사 지연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추가 비용 부담 문제와 공사 지연이 발생한 것인데 경기도가 책임 전가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폐기물 처리 비용만 200억원 추산
1일
CJ(001040)그룹의 손자회사이자
CJ ENM(035760) 자회사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K아레나 건축허가를 받고 착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년 5월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아레나 서측 구간에서 대량의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습니다. 폐기물은 아레나 공사장 인근부터 7만평(23만7401㎡)에 달하는 구간에 걸쳐 지표면으로부터 약 3m 깊이까지 불법 매립됐습니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와 폐기물 처리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는 동시에 시공사와 2022년 5월부터 3개월가량 폐기물 처리를 진행했습니다. 폐기물 처리는 차량 기준 9600여 대로 투입 비용만 60억원 수준입니다. 경기도가 '공급대상 용지의 조성 공사를 수행한 후 공급대상 용지를 공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폐기물 매립지라는 하자 있는 땅을 임대했고 이는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게 CJ라이브시티 측의 주장입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막대한 금전적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에도 경기도는 폐기물 처리에 대한 제반 합의를 차일피일 미루다 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기도의 입장은 조금 다릅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초 논의 단계에서는 CJ라이브시티가 폐기물을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폐기물이 많아져 처리 방안을 논의를 했다"며 "부지에서 발생한 평균량을 동일하게 적용해 부담하는 걸로 논의를 하다가 틀어진 상황인데 사업이 중단되면서 논의가 중지됐다"고 말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서측 구간에서 대량의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다.(사진=CJ라이브시티)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용지에서 폐기물이 발생할 시 폐기물 처리 비용, 토사 추가, 다지기 공사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건설업계 관계자에게 대략적 비용 계산 산출을 요청한 결과 CJ라이브시티의 7만평 규모의 불법 폐기물 매립지에 대한 추가 비용이 200억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7만평에 평균 2m 깊이로 폐기물이 매립됐다면 약 46만㎥로 덤프트럭 3만800대 분량으로 못해도 폐기물 처리만 120억원 이상이다"며 "폐기물이 빠졌으니 토사를 새로 채워 넣어야 하는데 이것도 4만8500대 정도로 46억원, 다지기 및 간접 비용까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서측 구간에서 대량의 건설·산업 폐기물이 발견됐다.(사진=CJ라이브시티)
한류천 수질 개선 사업 지연 책임 소재
한류천 수질 개선 공공사업 지연도 K컬처밸리 복합 개발 사업을 지연시킨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류천을 두고도 CJ라이브시티와 경기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한류천은 CJ라이브시티 전 단지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일산호수공원남측에서 시작돼 한강을 잇는 소하천입니다.
CJ라이브시티의 주장에 따르면 2004년 경기도는 인근 일대를 고양관광문화단지 부지로 선정해 배수로 기능에 불과한 소하천을 대상으로 2011년 수변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설계 오류로 인해 생활 오·폐수와 오물 유입이 쌓여 녹조와 악취, 해충이 들끓어 수년간 민원이 제기돼 왔으나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습니다.
경기도가 수변공원을 조성한 이후 한류천 상태.(사진=CJ라이브시티)
2017년 경기도는 고양시에 시설관리를 맡기며 한류천 개선 공공사업을 인수인계 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시가 2019년 4월 반복개안 공법 확정 이후 2022년 공사 중단, 2023년 6월 복개안 공법 변경 후 준공 일정 미확정으로 수질 개선 사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류천 개선 사업은 K컬처밸리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CJ라이브시티의 주장인데요. 한류천 개선 방식이 복개가 되느냐, 하천 원향을 유지하는 방식이 되느냐에 따라 교량 설치 여부가 달라져 아레나 진출입구 및 동선 등의 설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아레나가 개장되더라도 수질 개선 공사가 마무리되지 못하면 최대 6만명 대규모 인파가 아레나 진입시 우회 진입로 및 가설 임시 출구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대형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경기도가 사업환경 및 안전에 문제가 있는 시설을 방치하고 한류천 정상화 지연으로 인한 피해에 관해 고양시와 소송으로 다투라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경기도는 K컬처밸리와 한류천 수질개선 사업은 관계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류천 수질개선 사업을 인계한 것이 아니라 한류천 상단 수변공원을 고양시에 인수인계 한 것"이라며 "인계 과정에서 고양시가 한류천 수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 사업비를 분담하기로 하고 분담 금액을 이미 납입한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한류천의 관리 주체는 고양시로, 경기도에게 권한이 없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CJ라이브시티가 한류천 수질개선 사업 최초 TF(프로젝트 팀)부터 참여를 했고 공법이 바뀔 때도 참여를 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가 수변공원을 조성한 이후 한류천 상태.(사진=CJ라이브시티)
좌초된 30조원 경제 파급 효과 사업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4조에 따르면, 계약자의 통제범위를 초월하는 사태의 발생 등의 사유로 인해 공사 이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로서 계약자 누구의 책임에도 속하지 않는 경우 지체 일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지자체에서 지체상금을 부과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모히건 인스파이어는 지체상금 없이 완공 기한 연장 승인을 받아 PF(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자금 조달이 이뤄져 지난해 개장했습니다.
반면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 측의 사업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체상금 감면 조치는 법률상 배임, 특혜 문제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CJ라이브시티 사태에 대해 "소송이 들어왔을 때 CJ라이브시티에 책임 전가를 하려고 하는데 사실상 할 말이 지체상금 밖에 없는 것"이라며 "폐기물 처리 비용이 들게 생겼는데 CJ라이브시티와 계약이 돼있으면 추가 예산 증액이 힘들지만 계약이 파기된 상황에서는 얼마가 됐든 예산을 받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해당 지역의 폐기물 처리 비용을 포함해 새로 예산을 받아 새 공사 발주를 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다"며 "예산이 얼마가 됐든지 중요하지 않고 오직 책임만 지지 않으면 된다는 전형적인 공무원식 일처리"라고 비판했습니다.
CJ라이브시티 개장 이후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 파급 효과, 20만명의 일자리 및 매년 1조7000억원 이상의 소비 창출 등 막대한 낙수 효과가 예측 됐으나 폐기물·수질개선공사 등과 관련한 책임 소재 공방 속 좌초됐습니다.
CJ 라이브 시티 조감도. (사진=한화건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