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카카오(035720)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벼랑 끝에 몰린 카카오가 정신아 대표 주도의 ‘쇄신TF(실무작업반)’를 해체했습니다. 대신 ‘인사&조직문화쇄신 TF’를 가동하는 등 장기적인 제도적, 문화적 쇄신 기반 다지기에 나섰습니다. 오너 부재 위기 속 그룹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인데요. 김 위원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정 대표의 위기 상황 속 대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지난 7월 2일 서울 도봉구 창동 소재 복합문화시설 서울아레나 공사 현장에서 열린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 인사&조직문화쇄신TF 신설…정신아 중심 위기 대응
6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달 초 쇄신TF를 해체하고, 인사&조직문화쇄신TF를 신설했습니다. 쇄신TF는 정 대표 체제에서 운영돼 왔는데요. 정 대표는 올해 1월부터 한 달간 임직원 약 1000명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는 ‘크루톡’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부문장·실장·팀장·파트장·셀장 5단계로 구성돼 있던 관리자 직급 체계를 성과 리더·리더 2단계로 개편,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했습니다.
쇄신TF의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신설된 인사&조직문화쇄신TF는 인사 및 경영, 조직 문화의쇄신 방안을 실제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인데요. 인사&조직문화쇄신TF장에는 인사 총괄 임원인 이승현 HR성과리더(FO·Function Owner)가 선임됐습니다. 이 TF장은 SK텔레콤과 네이버, 로블록스 등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카카오 HR성과리더를 맡고 있습니다.
향후 정 대표는 한시적으로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을 대행하면서 전체적인 비상경영 체제를 이끄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정 대표는 매달 1회씩 진행하던 그룹협의회를 주 1회로 늘리는 등 주요 경영 현안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SM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된 지난 7월 23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유명무실 ‘준신위’…정신아 ‘입’에 쏠리는 눈
이렇듯 장기적 쇄신 기반을 다지고 있으나, 오너 공백이 현실화된 상황 속 카카오의 그룹 쇄신 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그간 카카오는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는데요.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계열사를 100개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 대표 역시 지난해 차기 대표 내정 당시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카카오는 계열사 개편 작업에 홍역을 겪고 있습니다. 노조의 반대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크루유니언’은 지난달 29일 판교역 일대에서 계열사 법인 매각 반대 시위를 열었습니다. 서승욱 지회장은 “회사에 카카오VX 매각설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수차례 보내고 대표 면담을 요구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카카오VX는 골프장 예약 플랫폼으로 지난해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외에도 카카오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준법 경영 강화를 통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 꼽히는데요. 카카오의 외부 감독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준신위)’의 역할에 시선이 모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준신위는 김 위원장의 구속 당일인 지난달 23일 “준법시스템 확립과 사회적 신뢰 제고라는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다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다만 준신위의 역할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준신위의 경고장에도 카카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영진 선임을 강행한 바 있는데요. 정 대표는 지난 3월 임직원들과의 온·오프라인 간담회에서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를 새로운 CTO로 소개했습니다.
정 CTO는 과거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대규모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소위 ‘먹튀(먹고 튀다)’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카카오는 정 CTO에 재직 기간 내 스톡옵션 행사를 하지 않도록 조치한 후 공식 선임을 진행했습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역시 금융감독원의 해임 권고에도 연임에 성공했는데요.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고의로 매출을 부풀렸다고 판단해 류 대표 해임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최근의 잇단 임명 강행에 결국 카카오가 위기관리에서 또 다시 약점을 노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정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오는 8일로 예정된 카카오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 쏠리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에게 신규 서비스 준비 상황 및 창업자 부재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데요. 취임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아직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정 대표가 세간의 인식을 뒤집고 시장을 안심시킬 만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