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하나은행은 한국의 'HSBC은행'으로 불린다. '하나(Hana) + 서울(Seoul) + 보람(Boram) + 충청(Chungchung)' 은행의 영어 앞글자를 딴 말이다. 하나은행은 24일 그 뒤에 K(KEB, 외환은행)를 더하게 됐다.
<하나금융 M&A 약사>
1971 |
한국투자금융 출범(단자회사) |
1991. 7 |
하나은행 개업 |
1998. 10 |
충청하나은행 출범 |
1999. 1 |
보람은행과 합병 |
2002. 12 |
서울은행과 합병 |
2005. 05 |
대한투자증권 인수 |
2005. 12 |
하나금융그룹 출범 |
2010. 11 |
외환은행 인수 계약 |
지난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후 8년 만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외환은행(004940)을 품었다. 24일 하나금융 이사회는 인수계약건을 승인했다. 김승유 회장은 이날 영국 런던으로 가 현지시각 25일 론스타 회장을 만나 최종계약을 끝낼 계획이다.
외환은행 지분 인수 안건이 금융위 승인을 받기까지 최대 3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시점은 내년 2∼3월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예고됐던 이사회 직후 기자회견은 론스타와의 공동 보도 시간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 은행권 '3강1중'→ '4강 구도' 재편
이로써 시중 금융 지주사들은 기존 3강(우리금융, KB국민금융, 신한지주) 1중(하나금융)에서, 4개 금융지주사가 만만한 규모의 '4강 구도'가 됐다.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프라이빗 뱅킹(PB), 개인사업자(SOHO) 등 개인금융 위주의 영업을 해왔다. 이에 반해 외환은행은 기업금융과 외환업무에 특화돼 있다. 두 은행이 합칠 경우 포트폴리오 상에서 최적의 조합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인수가 성공적이란 걸 보여줘야 한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덩치는 커졌지만 수익성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 승부사 '김승유' 실리 선택..우리은행 인수에서 U턴한 '속내'
이번 인수에는 김승유 회장의 달변도 한 몫 했다. 김 회장은 지난 16일 외환은행 인수 계획을 깜짝 발표하면서 "M&A는 연애다"며 "상대가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묘사했다.
이어 "대놓고 연애한다는 사람치고 결혼하는 것 못봤다. 소문 내놓고 제대로 (연애)하는 것 못봤다"고 비유했었다.
결국 겉으로는 우리금융에 관심을 보이면서 속으로는 외환은행을 탐냈다는 얘기다. 최종 인수를 승인하는 감독당국도 모를 정도로 은밀히 진행됐다.
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덩치 키우기에 관심이 있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덩치'보다 '실리'를 챙겼다.
하나금융보다 자산은 적지만 순익이 더 좋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국제업무, 환율 거래 등에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에도 줄이지 않았던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망은 덤이다.
내년 3월이면 김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45년 금융인생 막바지에 큰 과제를 끝낸 셈이다.
◇ 론스타 과세·노조반발 '남은 숙제'
이렇듯 성공적으로 보이는 인수에도 후폭풍은 남아있다.
먼저 론스타의 '먹튀' 문제다.
론스타는 지난 2007년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해 얻은 1조1928억원의 차익 중 10%인 1192억원을 원천징수 당했으나 조세심판원에 납부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낸 적이 있다. 조세심판원은 론스타의 청구를 기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해외법인인 론스타는 주식매각 금액의 10% 또는 차익의 25%중 적은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번 인수자금이 4조7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세금은 4700억원이 된다. 이에 대해 론스타가 불복하고 국민감정이 안 좋아질 경우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곧바로 승인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론스타는 배당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의 99%인 2조1262억원을 챙겼다.
인수자금도 문제다. 하나금융이 자체조달가능한 현금은 2조원. 나머지 2조7000억원은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유상증자 방법은 고려치 않고 있다"며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 유치, 상환우선주 및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3조원 가까운 자금을 모두 FI들로부터 유치하는 것을 쉽게 보고 있지 않다.
외환은행 노조는 합병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현금성 자산을 빼내 인수자금을 메꾸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당분간 외환은행의 사명은 유지함을 물론 상장폐지도 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외환은행 인력 구조조정은 시간 문제다.
보람은행 출신 하나은행 관계자는 "합병 과정에서 지역 내 중복점포에 대한 통폐합 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며 "하나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 출신등은 임원 승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 본점에서 근무하는 딜러 등 전문인력을 제외한 지역 영업점 직원들은 상당수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