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기본방침안'을 공개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이주 수요' 관리를 위해 영구임대주택을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 눈길을 끕니다. 다만 전문가들과 실제 거주민들은 영구임대아파트를 임시거처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입니다. 노후화된 영구임대아파트의 활용방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의 의의는 있지만, 어느 정도 구매력을 갖춘 1기 신도시 주민들이 과연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1만4000가구 영구임대주택 임시거처 활용…재건축 후 이주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경기도, 1기 신도시 지자체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를 열고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방침을 마련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국토부 등이 초점을 맞춘 부분은 이주대책입니다. 1기 신도시 지자체들은 2027년부터 매년 2만~3만 가구 가량이 착공에 들어가면 이주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전세가격 상승 등 인근 부동산 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해왔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순환정비모델'을 마련해 권역 내에 이주주택 물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입니다. 순환정비모델은 공공택지 물량을 활용한 이주주택 공급이 골자인데요, 이 중에서도 이번 발표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한 방안입니다.
현재 분당과 일산, 산본, 평촌, 중동 등 5개 1기 신도시에는 총 13개 단지, 1만4000가구의 영구임대주택이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이 준공된 지 40여년이 된 노후 단지인데다 해당 지역의 요충지에 자리잡고 있어 향후 활용방안이 고민돼 왔습니다. 국토부 등은 이를 재건축 해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의 이주주택을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경기도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내부. (사진=송정은 기자)
기존 영구임대주택 주민들은 먼저 지어진 순환정비용 이주주택으로 이주를 한 뒤, 원래 살던 임대주택이 재건축되면 재입주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1기 신도시의 '선도지구' 이주단지로는 활용되지 않을 방침입니다. 2027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선도지구와는 시차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선도지구의 경우 분양매입형 신축매입주택 등의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구매력 갖춘 신도시 주민, 영구임대 임시거처 선호 '물음표'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영구임대주택을 임시거처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은 국토부의 최근 설문조사에 근거하는데요. 국토부는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1기 신도시 주민들이 원하는 이주계획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83.3%에 해당하는 주민들이 권역 내 저렴한 이주주택에 거주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과 해당 입주민들도 저렴한 임대주택에서 임시거주하는 것과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분당의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1기 신도시 거주민들의 경우 실제로는 어느 정도 임시거주지를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한다 해도 임시거주지로서 수요가 있을 지 의문이다. 오히려 자기 부동산 자금 등을 활용해 서울 강남권으로 유입하려는 수요를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구임대주택을 주상복합처럼 재건축해서 저층부는 소형임대주택으로, 고층부는 중대형으로 만들어서 이주민을 받는다는 식의 개념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소설믹스 논란으로 연결될 수 있다. 원래 영구임대주택 거주민들은 또 어디로 이주해야하는 지에 대한 방안도 아직은 불명확하다"며 "다만 준공 40여년이 넘어가는 영구임대주택의 향후 활용을 검토해야하는 시점에서 나온 방안으로서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