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김경수·김형석…한동훈의 '선택적 침묵'

정면돌파 대신 단기적 이득만…기로 선 '한동훈 리더십'

입력 : 2024-08-14 오후 5:32:33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원칙에 일관성이 실종했습니다. 사안을 취사선택하면서, 본인에게 유리할 때만 입을 열고 있는데요. 그마저도 '측근의 입'을 통해서입니다. 전당대회 공약이었던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속도전은커녕 연일 무용론 군불만 때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은 보수 지지층을 의식해, 끝까지 반대하면서도 확전은 피했는데요. 김형수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에는 입장이 없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데간데없는 '제3자 추천'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인사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발의할 필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에 '공수처 수사외압'과 '구명로비' 의혹까지 추가했는데, 그중 하나만 빼내서 발의하는 모양이 이상하다는 주장입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에도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 논의에 실익은 없다"며 "민주당 특검안은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 특검이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거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특검이 나온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사실과 완전히 다른데요. 한 대표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부터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며 "그것이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민심을 거스를 순 없기 때문"이라고 공언했습니다. 
 
결국 '변화'와 '국민 눈높이'를 앞세운 한 대표는 민심·당심 모두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입장이 바뀐 게 없다"는 모호한 말만 내놨을 뿐, 구체적인 행동은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요. 여기에 친한계 인사들이 무용론·속도조절을 거론하면서, 한 대표의 입장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에 당내에서도 민주당 프레임에 끌려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채상병 특검법을 먼저 추진해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건데요. 공약대로라면 한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는 걸 넘어서, 특검에 반대하는 대다수 의원을 설득해 내야 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한동훈식 '내로남불'
 
당대표 취임 후, 한동훈 대표는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하고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에 반대한 낸 게 대표적인데요.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면 '김 전 지사 복권'이 아닌 '김형수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단기적 이익에만 치중해 장기적으론 잃은 게 더 많다는 분석입니다.
 
김 전 지사 복권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는 측근을 통해 에둘러 반대했는데요. 그의 이의제기 이후,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한 대표에 동조하는 글들이 쏟아졌습니다. 한 대표는 복권이 확정된 뒤 "결정된 문제인 만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며 실리를 챙겼습니다. 대통령실에 책임을 돌리면서, 복권에 반감이 큰 보수 지지층을 결집한 겁니다.
 
그러나 한 대표는 본인이 역설했던 '국민 눈높이'에서는 멀어졌습니다. 이번 특별사면에 김 전 지사와 같은 '여론 조작' 혐의로 징역 14년 2개월을 확정받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포함된 부분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본인에게 불거진 '여론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에 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은 없습니다.
 
특히 한 대표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은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독립유공자를 대표하는 광복회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고, 야당도 불참을 예고한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보수 지지층과의 상충을 의식하고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데요.
 
한 대표는 전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사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데 그것 때문에 우리나라의 큰 경축일인 광복절 기념식을 보이콧하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임명'이 아닌 '보이콧'에 대해서만 언급한 겁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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