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11월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빅매치가 박빙 양상을 보이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핵심 유권자층을 겨냥한 경제정책으로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해리스 부통령과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면으로 맞붙는 모습인데요. 두 후보의 경제정책은 '극과 극'으로 대조됩니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경제정책. (그래픽=뉴스토마토)
주요 정책마다 '충돌'…법인세도 '정반대'
20일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제·산업 정책 관련 양 당 정강 및 각 후보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법인세·에너지·중산층·통화정책 등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확인됩니다.
두 후보의 경제정책에 있어 가장 명확한 차이가 드러나는 건 '법인세'입니다. 19일 해리스 캠프는 성명을 내고 "일하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을 다시 넣어주고 억만장자와 대기업들이 정당한 몫을 내도록 하는,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방안"이라며 법인세를 28%로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21%인 법인세는 2025년 말 일몰 예정인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존 정책 방향을 계승하겠다는 겁니다. 만약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 법인세는 25%인 영국을 넘어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였던 지난 2017년 35%의 법인세 세율을 21%로 낮춘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는 15%까지 감세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최소 20%가 유력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S) 첫날 대선 훕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진=뉴시스)
'에너지 정책'도 극명한 입장차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 두 후보는 감세를 통한 유권자 공략에 비슷한 양상을 보이지만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차이가 명확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 강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고 노동자들의 유급휴가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놨습니다. 또 중산층 가정에 대한 세금 감면을 시행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감세 정책의 비용은 법인세 인상을 통해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는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기술혁신 장려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공화당은 소득세율을 구간별로 2~3% 포인트 감세하는 '일자리법'을 영구화하겠다고 공언합니다. 또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함께 보편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도 두 후보의 기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청정에너지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산 저탄소 자재 사용 의무화 등 환경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린뉴딜을 통해 2만명 이상의 고용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에너지 정책은 정반대입니다. 환경 기준을 강화하는 민주당과 달리 에너지 생산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원전에 대한 규제도 완화합니다. 특히 석유 및 천연가스·원자력 등 모든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키겠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통화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는데요. 그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여러 실책을 펼쳤다며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연준의 독립성을 축소시켜 금리 정책에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연준은 독립적인 기관이며, 대통령이 되면 나는 연준이 하는 결정에 절대로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 주도인 해리스버그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3일 총격 사건 이후 처음으로 펜실베이니아를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대중 전략, 강경노선…각론서 '차이'
전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대중국 정책에 있어서는 세부 전략에 있어 차이만 있을 뿐, 강경 기조를 채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체적 전략 노선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디리스킹(위험 완화)을 통해 대중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략적 독립'을 강조합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핵심 광물,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대중 제재를 확실히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디커플링(완전한 분리) 전략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서의 중국과 협력 여지는 남겨놨습니다. 핵심 첨단기술과 공급망 견제가 핵심인 셈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민주당보다 강도 높은 수준의 제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정강을 보면 필수 재화인 전자제품 및 철강, 의약품 등의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중국인의 미국 내 부동산 및 기업 구매 금지, 중국산 차량 수입 금지 등 무역·투자 분야 전반에서의 강력한 제재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60%의 관세 부과도 예고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