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에게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전기차 화재 포비아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까지 전기차 지원 축소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습니다. 전기차 시장 침체 우려가 번지자 화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현대차 등이 배터리 안전 시스템을 홍보하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전기차 시장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게 주된 관측입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가 공언한 세액 공제 전면 폐지는 의회 절차를 감안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IRA 수혜지역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폐지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지원 축소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초 중국을 넘어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번지고 있어 보조금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했습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전기차 수요가 전세계적으로 둔화되는 추세”라며 “경기부양을 위해 내연기관차나 환경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지세력을 배경으로 트럼프가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지원금 축소나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이 강화될 것이 예견됩니다. IRA 대응을 위해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서면서 이미 많은 투자금을 소요한 기업들은 난처한 형편입니다.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청해 국내 기업에 대한 원산지 규정을 다소 풀어줬다”며 “중국과 러시아 등 우려국가에서 추출한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IRA 세액 공제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마저 올해 말 종료된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보호무역으로 원산지 규정을 더욱 강력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거점 투자를 확대했지만 강화된 원산지 규정을 충족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와 달리 해리스는 무역에 관한 뚜렷한 정책을 아직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리스도 법인세 인상이나 상속세 상향을 내세우고 있어 대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정책에 부정적일 것 같다”면서도 “트럼프에 비해서는 환경정책에 우호적이라 국내 기업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트럼프는 전기차 IRA 세액 공제가 “터무니 없다”며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인천 송도 건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에 이어 도로 정차 중 테슬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데다 포르투갈에서도 테슬라 전기차 발화로 추정되는 대형 화재가 터져 시장 침체 우려가 커졌습니다. 인천에서 화재가 발생한 벤츠 차량만 해도 배터리가 중국 후발주자인 파라시스 제품이라 국산 배터리 반사이익도 점쳐졌으나 점입가경입니다.
완성차 관계자는 “테슬라는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혼용한다고 밝혀 소비자가 메이저도 안심할 수 없게 만든다”며 “정부가 마련한 완충 금지 등 화재 대책도 실효성 논쟁이 지속돼 전반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기피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