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전기차 화재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거론된 과충전 제한 방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화재원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시가 나서 충전율에 따라 지하주차장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완성차 업체, 정부에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현대차(005380)는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 발생은 관계가 없으며 100% 충전해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사진=뉴시스)
23일 현대차에 따르면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죠.
현대차는 안전성이 검증된 범위 내에서 배터리 충전 용량이 산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충전량 100%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검증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소비자가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하며 운전자가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충전량은 총 3개의 마진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현대차는 세 가지 마진을 적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에 대해 "화재 발생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 배터리의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의 주장은 서울시 등 지자체를 겨냥한 것인데요. 서울시는 다음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한 전기차만 출입할 수 있게 권고할 방침입니다. 또 공영주차장 등 공공시설 내 시가 운영하는 급속충전기에 '80% 충전 제한'을 시범 적용하고 향후 민간 사업자 급속충전기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배터리 화재 주요 요인과 배터리 안전 설계.(사진=현대차)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 실장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충전율이 위험도나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충전율이 화재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댐을 잘 설계를 해야 되는데 댐을 잘못 설계하고 균열이 가있고 구멍이 가있는데 그 물을 80%, 50% 채운다고 댐에 문제가 없어지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충전량을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정부 역시 같은 입장임을 내비쳤는데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터리 충전율과 전기차 화재 사고 사이에 관련이 있느냐'는 질의에 "인과관계가 입증된 바 없는 것 같다"며 "전문가마다 견해가 다르다고 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전기차 충전율이 낮을수록 화재로부터 안전하다는 주장도 제기되는데요. 앞서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현대차 코나EV에서 불이 났을 때 자동차 제조사들은 충전량을 90% 이하로 낮추는 리콜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현대차는 코나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리콜 당시 차주들한테 80%만 충전하라는 공고를 냈다"며 "지금은 완충해도 괜찮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배터리셀 충전량 자체를 줄이면 효과가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지금은 전기차 포비아를 극복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플랫폼 'E-GMP'.(사진=현대차그룹)
전기차 화재 원인은 다양하지만 업계에선 배터리 내부 단락(쇼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의 분리막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하는 안전장치로 이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재와 음극재가 접촉하는 쇼트가 발생하며 내부 온도가 치솟습니다. 이는 화재·폭발로 이어지죠. 분리막 손상의 원인으로는 보통 배터리 제조 불량, 외부 충돌 등에 따른 내부 파손 등이 꼽힙니다.
결국 배터리 제조 결함이 없도록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BMS를 통해 사전 오류를 진단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김 실장은 "만약 전기차 100만대 중 1대에 발생한 화재가 배터리에 기인한 것이라면 배터리셀 4억개 중 하나가 원인일 수 있다"며 "모든 제조업에서 불량률 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완전히 제로가 될 수 없는 만큼 불량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사전에 진단하고 걸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 역시 "BMS 안전 설계와 함께 배터리셀 전수검사를 통해 불량을 없애는 방법이 중요하다"며 "또 폐쇄공간에서 불이 났을 경우 스프링클러, 방화벽 설치, 경소형 소방차 도입 등 최대한 확산이 되지 않도록 융합적인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