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조작 혐의 재판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원전의 전기 단가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원전의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의도적으로 원전 경제성을 평가절하했다는 겁니다. 산업부는 원전 경제성 평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단가는 여러 가지로,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어떤 위법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2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1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지난 2022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수원 관계자 유모씨는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원전 전기 단가는 통상 직전연도의 판매단가를 사용하지만, 월성 경제성 평가는 이 판매단가보다 낮은 다른 단가 기준을 사용하면서 경제성이 평가절하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경제성 평가는 보통 신규 원전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시행되는데, 가동 중인 월성 1호기를 대상으로 경제성을 평가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당시 월성 원전 조기 폐쇄가 기정사실화된 상태에서 잘못된 경제성 평가가 이뤄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씨는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든 원전에 대해 안전조치를 요구했지만, 문재인정부 들어 유독 월성 원전에 대해 부당한 조치들이 계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제성 평가 때는 월성 원전이 안전설비를 강화하는 기간을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것으로 집계하면서 경제성 평가가 더 나빠진 요인도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정책 반대에 ‘인사조치’ 의혹도
검찰은 백 전 장관 등이 월성 원전의 조기 폐쇄하기 위해 원전 이용률을 낮추는 등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산업부 공무원들을 통해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는 명목으로 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문구를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경제성 평가에도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유씨는 “원전이 폐지되기 전까지 발전소를 운용하면서 인건비와 설비유지비 등을 포함한 운전운임비가 발생한다”며 “월성 원전에 대한 조기 폐쇄가 결정되면서 그런 비용들을 한수원 돈으로 메꿔 회사 손실은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산업부 외압에 대해선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 인사조치를 당했다”며 “주변에서 정책을 이행하지 못할 사람은 그 자리를 보전할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산업부가 이야기했다고 전해 듣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월성원전재판감시단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7일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 재판에 대한 신속한 진행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대해 산업부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월성 원전의 경제성 평가가 진행됐다는 입장입니다.
산업부 변호인은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통상적인 판매단가를 사용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게 검찰 주장이지만, 추세적인 이용률을 고려한 전망단가 등 경제성 평가에 여러 기준이 쓰일 수 있다”며 “판매단가가 아닌 다른 단가 기준을 선택했다고 위법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이날 공판에 앞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인 월성원전재판감시단은 한수원의 비용보전선청서에 대한 산업부의 계속된 반려 조치와 관련해 안덕근 산업부 장관 등 12명의 관계자는 공수처에 고발했습니다.
행정 고시에 따르면 한수원이 제출한 비용보전신청서는 180일 이내에 처리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월성원전재판감시단은 산업부가 한수원에 신청서 항목들에 대한 조정 요청을 하면서 계속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산업부가 한수원의 비용보전에 대한 행정적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월성 원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전=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