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스토리 중심" '호연', 대사 다시 못 읽어 아쉽네

엔씨 신작 수집형 MMORPG
유설의 호연문 재건 모험
수집 캐릭터 사연 감상 재미
대화 로그는 생략…"퀘스트 패널만"

입력 : 2024-08-29 오후 4:08:3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안녕, 정복삼~! 혹시 일거리 남은 것 좀 있어?" 의뢰 중계인을 찾아온 소협(어린 협객) '유설'은 오늘도 호탕한 웃음으로 슬픈 표정을 감추려 합니다. 열 여덟 살 소녀가 눈물을 훔치고 악착같이 돈과 명성을 쫓는 이유는, 몰락한 가문 '호연문'을 재건하기 위해섭니다.
 
엔씨소프트(036570)가 28일 한국·대만·일본에서 출시한 수집형 MMORPG 호연은, 호연문의 마지막 가주 유설이 문파를 무너뜨린 암살자 이천서에 대한 단서를 쫓으며 새로운 인연을 맺고 지키는(호연) 여정을 그립니다.
 
'연리'가 이천서의 공격을 유설 대신 받고 희생한다. (이미지='호연' 실행 화면)
 
성우 열연, 재출력 안돼
 
호연은 MMORPG이지만, '리니지' 시리즈와 다릅니다. 게이머 간 경쟁(PVP)이 아닌, 환경을 상대하는(PVE) 게임입니다. 주인공 유설을 포함해 미형 애니메이션 캐릭터 위주로 수집욕을 자극하는 서브컬처 게임이기도 합니다. 전투는 다섯 캐릭터가 한 조가 돼 적과 싸우는 식으로, 실시간 전투와 턴제 전투를 오가는 '스위칭 게임'을 강점으로 내걸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거대한 괴물을 함께 쓰러뜨리는 재미도 있습니다.
 
특히 엔씨는 수집형 게임의 경쟁력 중 하나인 '이야기'에도 공들였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호연 제작을 총괄한 고기환 캡틴은 최근 간담회에서 "반복성 미션을 최소화했고 스토리 중심의 모험이나 도전에만 집중시키려고 준비했다"고 말했는데요. 이 게임이 원작 IP '블레이드 & 소울' 3년 전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기존 팬은 물론 신규 게이머를 어떻게 감동시킬지 관심을 끕니다.
 
우선 주인공 유설 역을 맡은 소연 성우와, 치유사 '우원' 역의 여민정 성우 등의 열연이 경쾌한 분위기를 살렸는데요. 차분히 일행의 전투를 돕는 '홍비'의 회상은 앞으로 수집할 캐릭터 60여 종의 사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강호록'을 펼쳐 강호와 영웅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이미지='호연' 실행 화면)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등장인물 간 대화를 실수로 넘겨버렸거나 다시 읽고 싶을 때 눌러야 할 '대화 기록(로그)'이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수집형이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RPG에는 지난 대화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찬찬히 세계관을 음미하는 재미를 주곤 하는데요. 호연에는 지나간 대사를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이 준비되지 않은 겁니다. 
 
이에 대해 고 캡틴은 "100% 공감하는 내용"이라면서도 "퀘스트 패널을 통해 지나간 핵심 줄거리나 이야기를 볼 수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목표 지점을 안내하는 화살표가 잘 나오다가, 덕구(빨간 원)를 찾을 때가 되자 더 이상의 안내 표시가 없다. (이미지='호연' 실행 화면)
 
'자동' 벗어나면 불편한 동선
 
일부 동선 설계도 아쉬웠습니다. 이야기 진행 자체를 '자동' 위주로 맞춘 탓인지, 수동 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로 게임 초반 '덕구'의 울음 소리를 쫓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직전까지 목표 지점을 보여주던 화살표가 사라지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한참을 헤매다 결국 자동 진행 기능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또한 엔씨가 인공지능(AI) 연구·개발에 힘쓰는 만큼, 게임 속 가문명을 말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게이머는 게임 초반에 자신만의 가문명을 정해야 하는데요. 이후 유설이 상대방에게 가문을 소개할 때 가문명이 자막에 표기되지만, 음성 대사는 성우가 녹음한 "새로운 가문"으로 출력됩니다. 엔씨는 AI 기술로 성우의 목소리가 각 가문명에 맞게 출력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고 캡틴은 "그렇게 하는 게임은 콘솔도 많기 때문에 저희가 개발 공수 등을 확인해서 이후에라도 준비해 볼 수 있는 걸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호연에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억척스런 소협 유설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건 분명합니다. 호연은 출시 첫날 한국·대만·일본에서 구글플레이 인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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