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심위…임기 D-5 이원석 선택지는?

임기내 수심위 열까?…깊어지는 이원석의 고심

입력 : 2024-09-10 오후 5:11:36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또 열리게 됐습니다. 이번엔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선물로 준 최재영 목사가 소집을 신청한 수심위입니다. 오는 15일로 임기가 종료되고, 추석 연휴를 앞둔 13일 퇴임식을 가질 예정인 이원석 검찰총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를 무혐의로 판단했고, 지난 6일 열린 수심위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최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에선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며칠 남지 않았지만, 이 총장이 결자해지 측면에서 수심위를 열 것인지, 후임인 심우정 총장 후보자에게 사건을 나갈지 ‘이원석의 선택지’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9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목사 신청한 '심의위 개최'…향후 파장 촉각
 
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지난 9일 부의심의위원회(부의위)를 열고 최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 소집 건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최 목사는 2022년 코바나컨텐츠에서 김 여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전달한 장본인입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명품백 외에도 고가의 향수, 술 등을 선물했고, 통일TV 재송출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수심위 운영지침(행정규칙)에 따르면 피의자나 피해자 등 사건관계인이 수심위 소집을 요청할 경우 각급 검찰청의 검찰시민위원회는 15명의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부의위를 열어 대검 수심위에 안건을 올릴지 결정합니다.
 
부의위는 9일 회의에서 최 목사가 고발당한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명예훼손, 공무집행방해 혐의의 수사 계속·기소 여부를 수심위에 부의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운영지침 제9조는 수심위 소집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9조 1항(위원회 소집)에서는 ‘검찰총장은 직권 또는 제8조 1항의 소집요청이 있는 경우 위원회를 소집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8조 1항이란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제3조의 심의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사건에 관하여 검찰총장에게 서면으로 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라는 규정입니다.
 
아울러 제9조 2항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제7조 6항의 소집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위원회를 소집해야 합니다. 7조 6항은 부의위의 심의 및 의결이 종료되면 서식에 따라 의결서를 작성하고, 부의 의결이 된 경우에는 위원회 소집요청서를 검찰총장(대검찰청 정책기획과)에게 송부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운영지침을 종합해 보면, 수심위는 검찰총장의 직권 또는 지방검찰청장이 소집을 요구할 경우에는 총장의 결단에 따라 개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검찰청에서 부의위가 열려 부의 의결이 이뤄졌을 경우, 소집요청서가 대검에 송부되면 위원회가 ‘개최’돼야 하는 겁니다.
 
중앙지검은 최 목사에 대한 부의위를 열고, 대검에 부의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검찰총장은 관련 수심위를 열어야만 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9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임기 5일 남은 이원석 총장 '결자해지'에 주목
 
최 목사는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윤 대통령이 금품수수 신고의무를 소홀히 한 점에서 형사책임이 살아날 것”이라며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겠고, 내가 기소된다면 결국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기소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 목사가 스스로 ‘청탁성 뇌물’이라고 주장하는데, 검찰과 앞서 검찰총장 직원으로 열린 수심위에서는 선물을 받은 김 여사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낸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가 다시 열리게 되면서 이 총장의 고심도 깊어지게 됐습니다. 이 총장은 지난 9일 퇴근길에서 "수심위 규정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며 "방금 전 회부 결정을 들었기 때문에 우선 내부 검토를 충분히 거친 후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퇴임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이번 주까지 검찰총장 직책을 수행하는 이 총장으로서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굳이 수심위를 열지 않아도 됩니다.  
 
수심위 운영지침 제10조 2항에서는 위원장이 현안위원회의 심의대상, 심의일정 등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원회 개최 7일 전까지 주임검사와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합니다. 지침만 보면 이번 주에는 수심위 개최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검찰총장이 이번 주에 물러나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단서조항을 적용한다면, 이 총장이 수심위를 전격적으로 개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앞선 수심위가 검찰과 같은 의견으로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의결한 만큼, 이 총장이 같은 사안을 놓고 열리는 최 목사의 수심위를 마무리 짓고 검찰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법조계 의견도 설득력을 가집니다.
 
이 총장이 운영지침대로 최 목사에 대한 수심위를 열지 않고 ‘떠나버릴 경우’ 차기 심우정 검찰총장은 임기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큽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장이 결자해지 측면에서 ‘같은 내용 두 사건’을 일괄처리하고 나가는 게 모양새가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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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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