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할 날 없었던 이원석 2년

민생범죄 체계화 '성과'…김건희 수사는 '미완'

입력 : 2024-09-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 2년을 채우고 퇴임합니다. 윤석열정부의 첫 검찰총장에 임명된 이 총장의 2년은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물러납니다.
 
마약범죄와 등 민생범죄 대응에는 체계적인 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 처리에 대해서는 미련이 남는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 (사진=뉴시스)
 
2년 임기 채우고 퇴임 
 
이 총장은 13일 퇴임식을 갖고 검찰을 떠납니다. 사법연수원 27기로 1998년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로 임관했습니다. 26년간 검찰에 몸담으며 ‘검사들의 최고 지휘관’인 검찰총장까지 역임했습니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채우고 떠나니 검사로서의 명예는 충분히 누린 셈입니다.
 
이 초장은 1988년부터 검찰총장 임기제(2년)를 시행한 후 2년 임기를 모두 마친 9번째 검찰 수장입니다. 검찰청법 개정은 당시 총장이던 22대 김기춘 검찰총장부터 규정이 적용됐고, 김 총장은 2년 임기를 채웠습니다. 이후 23대 정구영 총장, 26대 김도언 총장, 29대 박순용 총장, 33대 송광수 총장, 35대 정상명 총장, 40대 김진태 총장, 42대 문무일 총장이 2년 임기를 채웠습니다. 이 총장도 여기에 이름을 올린 겁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임기를 채운 총장이 없었습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김건희 여사 수사는 '미완'
 
이 총장은 민생범죄 대응체계의 틀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급증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해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와 보이스피싱·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설치, 여성·아동 대상 범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며 민생범죄 척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5·18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사건 등 과거사를 되짚으며 검찰총장의 권한인 비상상고와 직권재심 청구로 1900여명이 명예를 회복했습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추스른 점도 성과로 꼽힙니다. 조직의 동요를 일정 부분 막아내고 정상화에 집중한 점은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 수사와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검찰 인사와 김 여사 수사팀의 뒤늦은 보고 등 이른바 ‘총장패싱’ 논란으로 ‘식물총장’이라는 지적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김 여사 관련 수사팀을 보강하는 등 집중력을 보이자 수사 지휘라인이 대거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중앙지검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대통령 경호실측에서 마련한 제3의 장소에서 한 뒤 이 총장은 사후에 보고 받아 또다시 ‘총장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수사팀이 김 여사를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내리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직권 회부하는 등 승부수를 띄우기도 했지만, 수심위에서도 ‘무혐의’로 결론을 지으면서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 곧바로 법률상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거나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만 남겨야 했습니다.
 
아울러 3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검사 탄핵소추를 잇따라 겪는 등 야권의 공세에 시달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사 이원석’은 수사력과 인품 등에서 흠잡을 데 없지만 ‘총장 이원석’은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든다”며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감은 보기보다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여러 측면 등에서 리더의 모습을 조금 더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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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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