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대다수는 19일 <뉴스토마토>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일단 말을 아꼈습니다. 그러나 최근 김건희 여사의 잇단 공개 행보에 이어 김 여사를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까지 계속해서 나오면서 민심이 더욱 악화할까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당내 일각에선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다만 당내 의원들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습니다. 김 여사 의혹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 판단은 어렵지만, 김 여사가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커지는 '김건희 리스크'…국힘 의원들 "전혀 생각 못 한 이야기"
당 조직부총장을 맡고 있는 정성국 의원은 통화에서 김 여사 의혹 보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2022년 이야기까지 나오니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살펴보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김 여사) 리스크가 자꾸 이렇게 커지니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며 "걱정이 안 된다는 말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 의원은 또 "안 그래도 지금 명품가방 (의혹)이며 이런 게 지금 쌓여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의혹) 하나가 더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당내 의원들도 최근 김 여사의 대외 활동에 이어 의혹이 하나 더 덧붙여진 데 대해 우려했습니다. 최근 김 여사의 행보와 의혹 등을 놓고 야당의 과도한 비판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민심이 점차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멀어진 것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조금 자제해야 한다거나,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김 여사를 철저하게 감싸던 그간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정 의원은 여당 내부에서 김 여사가 대외 행보를 조금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런 분위기가 대세라 할 수는 없지만 제법 있다"며 "이제는 대응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당 서지영 의원도 "(김 여사) 개인으로 보면 여러 가지로 대부분 부정적 이슈이기 때문에 비껴가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공개 행보를 천천히 해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이든, 사과든 김 여사의 직접적인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한 의원은 "(김 여사도)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며 "그중 한 방법으로 본인이 입장 발표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혹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여기(의혹)에 민심이 휘둘리고 있다"며 "본인이 입장 표명을 한번 해주면 그런 것들은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습니다.
체코를 공식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용남 "본지 보도 사실 부합"…친한계, 대외행보 '자제' 요청
국민의힘 지도부의 주요 인사들은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보도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영선 전 의원은) 지역구 이동과 상관없이 현역 의원 평가에서 하위 10%는 그냥 컷오프(공천배제) 대상이다. 그리고 실제 컷오프가 됐다"며 대통령 내외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같은 당 김종혁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상한 진실게임으로 되고 있어서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며 "보도로 봐선 실제 공천 개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국민의힘의 김용태 의원은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지금까지 나온 것 자체만으로는 개입이라고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공천관리위원들이 모두 다 부인을 하고 있고 실제로 또 김영선 의원이 관련해서 공천이 된 것도 아니다"라고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일축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모두 최근 부쩍 늘어난 김 여사의 대외 행보에 대해선 자제를 요청했습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 최고위원은 조속한 시일 내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을, 신 부총장은 영부인 행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개혁신당에서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김용남 전 의원은 이날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에 출연해 "<뉴스토마토>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른 부분은 찾기 쉽지 않아 보이고 만약 다르다면 (김영선 전 의원 측과 개혁신당 중) 비례대표 제안을 어느 쪽이 했느냐 그 정도 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비례대표 관련 이야기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최종적으로 개혁신당에서 어렵다고 통보했던 것이고 나머지는 사실과 부합해 보인다. 분명히 영부인과 김영선 전 의원 간에 구체적 증거가 없었다면 그런 일이 진행될 수 있었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