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진양·이진하·한동인·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추석 민심도 따가웠습니다. 특히 최근 김 여사의 잇단 공개 활동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습니다. 명품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천 개입 사건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여러 사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공개 활동을 하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하소연부터 "특검(특별검사)만이 답"이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민생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김 여사의 대외활동 모습까지 공개되면서, 김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더 커진 셈입니다.
18일 본지가 연휴 기간 추석 민심을 취재한 결과,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이야기 못지않게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어졌습니다. 김 여사가 각종 의혹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사과 없이 대외적으로 광폭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를 제어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처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등 돌린 추석 민심…"보기만 해도 화 난다"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은 남녀, 노소, 지역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 이모씨는 "(김 여사에 대한) 피로감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전남 목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남성 이모씨는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30대 여성 박모씨는 김 여사를 두고 "양파 같은 영부인"이라며 "내조에만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정권 실세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여사의 비호감도도 상당히 커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이모씨는 "사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김 여사 만큼은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경기권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김모씨는 "대체 왜 김 여사를 그냥 두는지 모르겠다"며 "보기만 해도 화가 난다"고 전했습니다.
6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비판 수위는 높았습니다. 호남권에 사는 60대 여성 장모씨는 "디올백(명품가방) 그거 이제 아무나 받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김 여사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의 무혐의 결론을 지적했습니다. 광주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권모씨는 "김 여사의 광폭 행보가 보기 좋지 않다"며 "이제는 특검만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여사를 제어하지 못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울산에 사는 60대 남성 김모씨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걸림돌은 김 여사"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김 여사의 행보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청주에 사는 30대 남성 문모씨는 "영부인으로서 국민들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왜 계속 김 여사가 실세라는 프레임을 씌우는지 모르겠다"며 "야당이 정권 흔들기를 멈췄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선 전반적으로 '불통 대통령'이란 평가가 잇따랐습니다. 최근 의정 갈등, 야당과의 협치 문제에 있어서 국민들과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울산에 사는 한 60대 남성은 "야당, 의료계, 노동자까지 소통되는 곳이 없다"고 했고, 청주에 거주하는 한 30대 여성도 "윤 대통령은 불통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전했습니다. 급기야 호남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탄핵까지 언급됐습니다. 호남권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을 보면 누가 좋게 평가하겠느냐"며 "제대로 하는 게 없다. 탄핵하는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려견 써니를 안고 한가위 명절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야 "지금은 '거니대란'…심리적 정권교체 시작"
야권에선 이번 추석 밥상의 최대 화두로 '의료대란과 분노'를 꼽으며 "현재는 김건희 일가의 무법천하·호의호식을 위한 권력농단 '거니대란'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추석민심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는 김 여사의 리스크를 강하게 비판하며 "김 여사의 센터 본능과 지도자 포스, 김 여사의 우위가 '부부 공동권력'의 본질임이 확인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국민통합 정신을 되살려야 할 명절에도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대통령 가족을 향한 악의적 비방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특히 김 여사에 대한 비방은 도를 넘어 인신공격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조금씩 꾀하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추석 민심 평가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뭐가 다른가"라는 의견부터 "당대표로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에 이어 한 대표까지 또다시 검사 출신 인사를 대통령을 뽑을 수 없다는 주장도 이어졌습니다. 경기권에 거주하는 한 50대 여성은 "한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윤 대통령과 맞서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으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에 사는 한 20대 여성은 "지금 야권은 '이재명 원툴'로 가는 게 제일 큰 리스크"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이 대표 외 대안을 언급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을 이 대표의 대안으로 거론했지만, 아직까지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정도의 힘이 있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박주용·김진양·이진하·한동인·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