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한동훈 독대 '불발'…위기 '수렁으로'

친윤계, 한동훈 질타 "보여주기식 쇼"…윤·한 갈등 장기화 수순

입력 : 2024-09-23 오후 5:54:31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제안을 사실상 거절했습니다. 이른바 '윤·한 갈등'이 반복되는 모습인데요. 의정 갈등 장기화와 김건희 여사 리스크 확대 등 국정운영에 빨간 불이 들어왔음에도, 당정 관계는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려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독대 거부에…체면 구긴 한동훈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내일 꼭 해야만 독대가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윤 대통령 만찬이 24일 예정돼 있는데, 집권 여당 대표가 제안한 독대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 겁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또 "독대는 사실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고 거듭 밝히며 24일 만찬이 신임 지도부 격려를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한 대표는 이날 대통령실 공식 입장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이 24일로 확정됐다고 밝힌 뒤, 21일 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요. 만찬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실이 한 대표 측에 독대 거절이라는 답을 준 셈입니다. 
 
그간 대통령실과 친윤계(친윤석열계)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한 대표의 독대 신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한 모양새가 된 것에 더해 독대 요구 자체가 당정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걸 외부에 보여주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관련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이것이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좀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며 "당 장악력이 있어야 믿고 독대하지, 당 장악력도 없으면서 독대해서 주가나 올리려고 하는 시도는 측은하고 안타깝다"고 짚었습니다.
 
이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그간 꾸준하게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택해 온 전략적 선택이자 '이미지 정치'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가려지면서 불쾌감이 극대화됐습니다.
 
반면 그간 한 대표 측은 독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번 만찬에는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당 지도부, 주요 당직자 등을 포함해 대략 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인데요. 
 
자칫 만찬 자리가 체코 원전 수주 성과만 홍보한 채 마무리 될 여지가 있는 만큼 당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습니다.
 
조해진 전 국민의힘 의원은 현 상황에 대해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만남이 이렇게 어려운 현실이 국정파행의 현주소를 여과없이 보여준다"며 "'대통령이 주변 이야기를 안 듣는다'는 이야기가 오래됐는데, 집권당 대표와의 대화마저 회피한다면 세상과 문을 닫고 정치적 유폐를 자청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 의정 갈등·김건희 사과 '회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건 흔들리는 당정 지지율에 따른 위기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 대표는 지난 2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짚은 바 있습니다. 그는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데, 불편해지는 게 싫다고 편 들어야 하나"라며 "대통령과 불편해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야 당정 관계가 건강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꺼낼 의제는 두 가지로 요약됐습니다.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과 김건희 여사의 사과인데요. 
 
정부는 이미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는 "2025년도 입학 정원은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고 못 박아둔 상황입니다. 반면 의료계는 2025학년도 정원 논의 없이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실질적 주체인 의정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않는 상황에서 한 대표의 중재는 실패한 셈입니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의 '역린'으로 통합니다. 한 대표는 이미 인터뷰를 통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여기에 '공천 개입' 의혹까지 파장이 확산하면서,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의 사과를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는데요. 결국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집권 여당 대표와도 소통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낸 겁니다. 결국 5차까지 이어졌던 '윤-한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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