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인건비와 원전 이용률 조작 여부를 놓고 법정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외압으로 월성 원전 경제성이 과소평가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해 인건비 감소분을 과다 반영하고, 원전 이용률을 낮게 책정했다는 겁니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최석진)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업무방해, 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1심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검찰은 산업부와 외부 회계법인이 '월성 원전 가동이 중단될 경우 인건비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경제성 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실제 월성 원전이 폐쇄된 이후 인력과 인건비 감소는 없었고, 오히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정부 정책 추진을 위해 인력이 늘었다는 겁니다.
강창호 월성원전재판감시단장이 24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서 탈원전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은 원전을 계속가동할 때 원자력본부 77명과 월성 1호기 222명 등 총 299명의 인건비가 발생하지만, 즉시 가동중단 시에는 운영변경허가 기간에 119명의 인건비만 발생하고, 영구정지 이후에는 119명의 인건비가 추가로 줄어든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용률 낮춰 경제성 과소평가” vs “상황별 평가사례 중 하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한수원 관계자 김모씨는 ‘월성 원전의 조기 폐쇄에도 왜 본부 인력이 증가했냐’는 검찰 측 질문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정부 정책 이행을 위해 본부 인력이 늘어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또 원전 경제성 평가에서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이 기존 84.98%에서 60.04%로 낮게 책정돼 경제성이 과소평가된 점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백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원전 폐쇄로 인해 인력이 재배치되면서 본부 인력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그로 인해 경제성 조작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월성 1호기 이용률도 60%대로 확정해 경제성 평가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지 상황별로 경제성을 평가한 사례 중 하나라는 겁니다.
24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지검 앞에서 강창호 월성원전재판감시단장이 탈원전 수사를 촉구하며 항의의 표시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월성원전재판감시단은 이날 대전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탈원전 관련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강창호 감시단장은 “문재인정부 시절 탈원전 과정에서 나타난 비리와 불법 행위는 단순한 정책 실수나 절차적 문제를 넘어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 요청을 수차례 검찰에 의뢰했지만, 검찰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며 규탄했습니다.
대전=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