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심리적 분당"…윤·한 갈등, 결별로?

친한계 "김건희 여사 문제 털고 가는 게 순리"…대통령실 '불쾌감'

입력 : 2024-09-26 오후 5:52:44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빈손으로 끝난 '당정 만찬'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당 안팎에선 "이미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여권 투톱이 루비콘 강을 건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을 마친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환담하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심리적 분당"우려가 현실로
 
한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현 상황에서 의료 상황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 가장 빠른 방법은 여·야·의·정 협의체"라며 여·야·의·정에 "좀 더 유연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원내 행사이기도 한 의원총회에 참석해서도 "우리가 무조건 민주당 반대만 하거나, 무조건 정부 입장을 '무지성으로 지지'하기만 한다는 식의 오해를 받아선 안 된다"며 "국민께서 보시기에 우리 정부와 여당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고 더 잘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고, 실천하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를 통해 의정갈등 해법에 대한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독대 불발 이후 거듭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만찬을 통해 드러난 윤·한 갈등은 당내 계파 갈등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최고위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계파 갈등과 관련해 "대통령과 당대표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 내부의 걱정이 늘고 있다"며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실제로 만찬 당시 한 대표의 모두 발언이 없었던 점과 관련해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의 상반된 입장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친한계 측에서는 만찬 자체가 주요 현안을 다루기 어려웠던 분위기라고 진단한 반면, 친윤계는 한 대표가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박정훈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건희 여사를)법리적으로 기소하기 어려우니 사과로써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줘야 한다"며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책임자 입장에서 볼 때는 그렇게 털고 가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습니다.
 
전당대회 기간 한 대표가 제 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주장하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언급하면서 '심리적 분당'에 이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는데,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는 모양새입니다.
 
·한 갈등 중심에 '김건희'
 
그럼에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내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윤·한 갈등의 중심에 김 여사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지난 1월, 김경율 비대위원을 중심으로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는데요. 대통령실에서는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한 대표는 이를 공개적으로 거절했습니다. 
 
또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자 무시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한 대표와 친윤계 후보들의 수위 높은 공방으로 윤한 갈등 대리전이라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한 대표는 취임 첫날에도 김 여사를 수사한 검찰을 향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차기 대권주자인 한 대표가 대통령과 차별화하기 위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두 번의 독대 요청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에도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는데, 한 대표가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한 갈등 회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회복이 가능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식물 대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대표로서는 차별화가 불가피하고, 윤 대통령도 김 여사 문제와 의료개혁에 양보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종국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갈라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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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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