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유해 물질 검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그간 초저가 마케팅을 토대로 물량 공세를 펼쳐온 이들 플랫폼에서는 적지 않은 공산품들을 중심으로 유해 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반려동물용품, 에센셜오일 등이 안전 기준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유해 물질 검출 제품군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27일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이 알리, 테무, 쉬인 등 '알테쉬'에서 판매되는 반려동물용품과 에센셜오일 품목에 대한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49개 상품 중 37개가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용품의 경우 △동물용 구강 스프레이 10개 △샴푸 10개 △물티슈 10개 등 총 30개 상품 가운데 20개에서 국내 기준을 초과하는 유해 물질과 미생물이 검출됐는데요.
동물용 구강 스프레이 10개 중 6개 제품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폼알데하이드와 벤조산이 나왔습니다. 동물용 샴푸 8개 제품에서는 폼알데하이드와 국내 기준을 초과하는 CMIT·MIT 혼합물이 검출됐습니다. 또 동물용 물티슈의 경우 10개 중 3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어서는 유해 물질이 발견됐는데요.
소비자가 이들 물질에 노출되면 피부염, 급성 호흡 곤란, 구토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특히 폼알데하이드는 경우에 따라 사망할 수 있어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물질입니다.
아울러 소비자원은 이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에센셜오일 19개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도 실시했는데요. 이중 방향제와 가습기용으로 판매되는 2개 제품에서 CMIT·MIT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CMIT·MIT 물질은 환경부의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 기준'에 따라 생활화학제품에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물질입니다.
일단 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위해 제품의 판매 차단을 권고했고, 이에 C커머스 플랫폼들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C커머스 플랫폼들의 유해 물질 검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겁니다. 최근 1년여간 중국 업체들의 공습이 거세지면서 이들 플랫폼에서는 공산품을 중심으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하는 제품이 다량으로 발견된 바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장화, 모자, 가방 등에서 수백배의 발암물질이 검출되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마저 잇따랐는데요.
그때마다 C커머스 업체들은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유해물질 차단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기업 차원의 자정 시스템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분석입니다. 이들 플랫폼 제품의 가격이 국내 이커머스 대비 월등히 낮고 국내 이용 고객 수가 증가하면서 플랫폼에 오르는 제품의 양도 더욱 많아지는 탓입니다.
실제로 알리의 이용자 수는 최근까지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지난달 이커머스 업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를 살펴보면, 쿠팡이 3183만4746명으로 1위, 알리가 907만1102명으로 2위를 기록했는데요. 쿠팡 이용자 수는 전월 대비 0.5% 증가했는데, 알리는 7.2%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C커머스 플랫폼에서 다루는 제품들의 양이 많다 못해 방대한 것이 문제다. 사실상 기업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볼 수 있다"며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초저가라는 메리트가 워낙 크니 C커머스의 성장세는 공고히 이어지고 있고, 이와 함께 유해 물질 발생 빈도도 높아지고 있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모니터링 시스템이 더 강화돼야 하고, 아울러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25일 열린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 셀러 포럼'에서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알리익스프레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