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계 '부글부글'…흔들리는 '김건희 방탄막'

친윤 비난 수위 높이는 친한 "뺨이라도 때리고 싶어"
도이치모터스 '전주' 2심 유죄에 개혁신당도 찬성 선회

입력 : 2024-09-27 오후 5:40:07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철옹성 같았던 국민의힘의 '김건희 여사 방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새로운 정황들이 연일 폭로되면서 친한계(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털고 가야 한다'는 입장들이 표출되고 있는 건데요. 자칫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 공군 1호기에서 내리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한계 기류 변화…'김건희 사과' 공개 요구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채상병 특검법 이탈표보다)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실제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여당 관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들어보면 채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받아들이는 게 조금씩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25일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이 부결될 당시 여당 이탈표는 총 4표였는데요. 이번 김건희 특검법 표결 과정에선 더 많은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의 기대가 섞인 이탈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24일 '당정 만찬'이 빈손으로 끝난 직후 친한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수많은 당협위원장, 의원들을 만났을 때 김건희 여사 사과가 불필요하다라고 얘기하는 분은 지금까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고 직격했습니다. 
 
그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에 김 여사를 불기소 권고하고 최재영 목사를 기소 권고한 것을 놓고도 "받은 사람은 불기소하고 준 사람은 기소하면 국민들이 그걸 받아들이겠나"라고 반발했습니다.
 
친한계 초선인 박정훈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가방을 받은 김 여사에게 도덕적 문제가 있다는 국민적 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정을 운영하는 책임자 입장에서 털고 가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는 취임 당시 김 여사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지만 그간 침묵을 이어왔는데요. 윤 대통령과의 독대가 불발되고, 최근 주가조작 의혹과 공천개입,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추가 보도가 확산하면서 한 대표를 주축으로 기류 변화가 읽힙니다.
 
친한계가 김 여사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자 친윤계는 곧바로 비호에 나섰습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사과를 하면 그 다음부터 (야당의 공세가) 더 심하게 시작이 될 것"이라며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사과를 했다고 해서 그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고 그것이 오히려 증폭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친윤계와 친한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 전략기획부총장이자 친한계인 신지호 의원은 만찬 직후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한 참석자가 만찬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가을밤을 즐기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이게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성질 같아선 가서 뺨 한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해 추경호 원내대표는 신 의원의 발언이 '해당행위'라며 한 대표에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내 실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시 국민의힘 내에서 8표의 이탈이 발생하면 가결이 가능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김건희 특검 매직넘버 '8'…정국 '분수령'
 
'김 여사 리스크를 털고 가야 한다'는 친한계의 분위기대로라면 김건희 특검법이 재의결에서 통과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다시 재의결하는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에 무소속까지 모두 합하면 범야권은 총 192석입니다. 이중 개혁신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면서도 김건희 특검법에는 반대 입장이었는데요. 도이치모터스 '전주'의 2심 유죄 선고 뒤 찬성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결국 김건희 특검법 가결을 위해서는 이른바 매직넘버 8표가 필요합니다. 즉 108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8표의 이탈표가 발생해야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무력화됩니다. 
 
다만 김 여사 리스크와 김건희 특검법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소장파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여사에 대한 비판이 여당 내에 분명히 존재하고, 저도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여당과 협상도 하지 않은 특검법을 야당의 뜻대로 통과 시켜주는 것은 정권에도 타격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탈표가 발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5선의 조배숙 의원도 "김 여사가 분명히 실수한 게 있다 보니 사과가 필요할 수 있긴 하지만 특검법은 경우가 다르다"며 "여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 당내 갈등도 중진들이 나서서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강대식 의원도 "특검과 탄핵이라는 민주당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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