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사와 관련해 김 여사와 최재용 목사 모두 기소를 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가닥을 잡자 '돌고 돌아 결국 불기소'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 '황제 수사' 논란과 동일한 사건에 대한 두 차례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수심위 권고를 무시한 결론을 고집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스텝마저 꼬일 대로 꼬인 상태입니다.
김 여사와 최목사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확정되면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뿐 아니라 국회에서 거듭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에 대한 명분만 제공했다는 목소리도 피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취임 열흘을 갓 넘긴 심우정 검찰총장도 가시밭길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월 22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 여사-최 목사' 모두 불기소 가닥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을 수사한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영부인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김 여사 등 두 명을 불기소로 처분하겠다는 수사팀 결과를 심우정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르면 다음 주 중앙지검의 최종 처분이 나올 전망입니다.
앞서 8월21일 중앙지검은 명품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단순 선물이라고 판단해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을 무혐의로 결론 내렸습니다. 이창수 지검장은 이 결과를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에게 보고했지만, 면죄부 수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이 총장은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6일 열린 수심위에선 만장일치로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를 의결했습니다.
그러자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준 최 목사가 다시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6일 수심위에 본인이 출석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수심위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 겁니다. 이에 최재영 목사를 위한 두 번째 수심위가 소집됐습니다. 최 목사에게는 기소 권고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수심위는 '권고'의 역할만 할 뿐 수사팀의 수사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와 최 목사를 모두 불기소 처리하기로 했다는 건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가 짙습니다. 검찰에서 기소를 하지 않게 되면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지도 않습니다.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툴 여지도 사라진 겁니다.
최 목사 측은 검찰의 불기소 결론에 반발해 불복하는 절차를 진행할 가능성도 큽니다. 항고는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해당 검사가 속한 지방검찰청 또는 관할 고등검찰청 검사장에게 제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항고 또는 재항고를 해도 형사소송법상 제약이 많고, 검사가 기각하면 그만입니다. 현실적으로 검찰의 결론을 뒤집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9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논란 자초한 검찰, 심우정 총장도 '가시밭길'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까지 생긴 모든 논란은 검찰이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황제 수사 논란이 불거진 게 대표적입니다. 검사들이 김 여사를 대면 조사하기 위해 대통령경호실 관할 건물에 휴대전화까지 반납하고 무장해제를 당한 사건입니다.
특히 앞으로도 고위공직자 배우자에게 '300만원짜리 명품가방'을 주고도 '직무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면 검찰로선 수사에 착수하기 난감해지게 됐습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김 여사 사건만 아니라 향후에도 유사한 사건을 접하면 '혐의없음'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 수사 스텝이 '꼬일 대로 꼬여버리게 된'겁니다.
검찰의 행보가 결국엔 야권에서 제기하는 검건희 특검법에 명분만 실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듭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만, 국민적 납득이 되지 않는 검찰의 최종 결론에 야권의 특검 추진이 정당성을 얻을 명분만 쌓일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25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 수심위가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한 최 목사의 기소 권고한 데 대해 "김 여사가 빠져나간다면 국민적 관점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