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사가 하청업체 안전출입시스템(안면 인식기) 설치 문제의 갈등을 풀어가고 있습니다. 양측은 논란이 있던 안면 인식기 설치 대신 다른 방법을 도입할 방침입니다. 현재까지 사원증을 '태깅(Tagging)'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입니다.
현대중공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입니다. 또 국회 국정감사가 다음주 있을 예정이라 노동자 인권침해 논란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관측입니다.
30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하청업체 안전출입시스템 도입 문제에 대한 합의절차가 마무리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기존에 했던 노동자 개인정보보호 침해와 같은 위법이 있는 부분들을 없애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맞는 안전출입시스템 도입 동의서를 다시 작성하기로 했다"며 "사원증을 출입시스템에 태깅하는 방법으로 접근 중이고 어느정도 합의가 돼 마무리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하청업체 안전출입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노사가 협의중이라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면서도 "사원증 태깅방식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원하청 노조가 지난 6월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앞에서 사측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서 현대중공업 노사는 하청업체 사무실에 안면 인식기 설치와 관련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실랑이를 벌여왔습니다.
사측은 하청업체 요청으로 하청 노동자의 출입확인 편의성과 정확성 향상을 위해 '협력사 안전출입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조선소 내 안면 인식기 설치가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이 안면 인식기가 노동자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반대해왔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회사는 안면 인식기 98대를 설치했고, 노조는 이를 보이는 족족 제거해왔습니다.
결국 법적분쟁으로까지 갈등이 커졌습니다. 현대중공업 내 100개 이상 하청업체 대표가 소속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회사협의회는 지난 4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노조 집행부의 일부 간부들 10여명을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지난 6월 사측이 개인정보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사측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회사도 안면 인식기 설치를 막는 주요 노조 간부들에게 징계를 통한 불이익을 줬습니다. 현대중공업 인사위원회는 지난 6월 노조 간부 8명에게 정직 3주, 2명에게는 정직 5주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같이 안면 인식기를 설치하면 노조가 철거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현대중공업은 노조의 하청업체 노동자 안전출입시스템 설치의 방해를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다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안면 인식기가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노조 주장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실제 노사 양측이 안면 인식기 문제 해결을 위해 대안을 집중 논의한 점 △사측이 하청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받은 동의서에 일부 형식상 문제가 있다고 노사 모두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감을 앞둔 상태에서 노사 양측이 빠르게 대안을 찾아가는 중"이라며 "노사 협의안이 잘 도출돼 안전출입시스템 설치 문제를 잘 마무리하면 노조 관계자들의 고발 건도 취하가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