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국내 유일 주택보증 전문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최근 5년간 전세보증금 반환에 100조원 넘게 공급하고 수수료는 1조원도 못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HUG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4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증료율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가입한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회수하는 제도로 일반 서민이 주로 이용합니다.
최근 5년간 수수료 수입, 고작 '3525억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최근 5년간 보증료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맹성규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HUG의 최근 5년(2020년~2024년 8월)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수료 수입은 3525억원으로 확인됐습니다. 연도별 수수료는 △2020년 391억원 △2021년 293억원 △2022년 897억원 △2023년 1198억원 △2024년 8월 746억원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수료는 올해만 놓고 볼 때 전체 보증업무 중 분양보증 1956억원, 주택 사업 금융 보증 1320억원, 정비 사업 자금 대출 1236억원에 이어 4번째 규모로 전체 보증수수료 6834억원 대비 10.9%에 달하는 등 HUG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입니다.
HUG가 매년 4월 발간하는 주택보증통계 자료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잔액은 99조 3914억원입니다. 이에 포함되지 않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해지 건수와 올해 보증잔액까지 포함하면 100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 5년 동안 거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수수료 수입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잔액 대비 0.35% 수준에 그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다 전세임대주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는 수취 보증료보다 환불 보증료가 커,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세보증 사고 늘어나면서 HUG 재정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HUG가 전세사기를 겪은 세입자를 대신해 갚은 '대위변제액'은 3조554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3년 사이 약 7배 늘어났습니다. 반면 회수한 금액은 5088억원으로, 전체 대위변제액의 14.3%에 불과합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을 기록하며 설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116.89%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지난 3월 4조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올해 전망되는 대위변제액 규모는 7조원에 달합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최근 5년간 보증별 보증 잔액 추이. (그래픽=뉴스토마토)
"보증료 올려야" vs "서민 부담"
이러한 상황에서 사고율 등을 감안해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지난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확보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 개선'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HUG로부터 발주받아 용역을 진행한 한국리스크관리는 보증료율을 최저 0.121%에서 최대 0.339%까지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보고서는 2022년, 2023년 발행된 보증액을 기준으로 보증수수료 수입을 산정했을 때 각각 현재 수수료 체계에서의 연간 수입보다 632억원, 587억원 수입 증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율은 0.115%(9000만원 이하, 부채비율 70% 이하 아파트)~0.154%(5억원 초과, 부채비율 80% 초과 비아파트) 수준입니다.
유병태 HUG 사장은 지난 7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증사고 대비 턱없이 낮은 보증료율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유 사장은 "공공기관 성격을 갖고 있어 보증료율을 현실화해도 임차인에게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합리적 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서민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입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 도입 목적이 서민 주거 안정 지원인 만큼 서민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일각서 나오는 배경인데요. HUG 용역 보고서를 요청해 받아본 민홍철 의원도 "공익성보다 수익성 영업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는 결국 모두 서민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보증료율 현실화가 비아파트 기피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맹성규 의원은 "우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100% 보증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며 "보증료율 개편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사고 발생과 관련해서는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권대중 서강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가 처음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율이 거의 없다 생각해서 보증료율을 낮춰 잡은 것 같은데 지금 HUG 재정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라 보증료율 현실화는 필요하다"면서도 "서민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올릴지가 관건"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