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030200)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조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공동 투자로 5년간 2조4000억원을 인공지능(AI)에 사업에 쏟을 계획인데요. 5년간 AI 관련 누적 매출은 4조6000억원으로 예측됐습니다. 가성비 좋은 AI 서비스가 아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제공하는 '속도전'으로 차별화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10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경쟁 요소 첫 번째가 가성비로 꼽혔지만, 속도로 바뀐 지 오래됐다"며 "고객이 원하는 (AI) 서비스를 누가 먼저 제공하느냐로 판가름 날 텐데 수준과 속도에서 차별화를 보여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수준 높은 AI의 속도전을 위한 파트너로는 MS를 점찍었습니다. MS와 5년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어 특화 AI 모델·서비스 개발, 한국형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 AI전환(AX) 전문기업 설립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김 대표는 "AI가 모든 걸 휩쓸고 가는데, MS는 기업의 AI 역량을 촉진하는 데 추종을 불허하는 원톱"이라며 "(AI를) 제일 잘하는 기업과 협업해 백본 AX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T는 MS와 함께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를 AI 사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네트워크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인프라 부문에 50% 정도를 투입하고, 나머지는 연구개발(R&D), 한국형 AI·클라우드, AX 전문기업에 투자합니다. 

 

 

다음달부터 한국형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 공동개발을 위한 셋업을 시작하고, 내년 1분기 중 상용 버전을 선보입니다. 보안성을 담보해 공공·금융부문, B2B 고객을 공략하기 위함입니다. 내년 2분기 중으로는 챗GPT-4o 기반 한국형 AI 모델 개발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입니다. 동시에 소형언어모델(SLM) 파이(Phi)3.5 기반의 공공·금융 등 산업별 특화 모델도 선보입니다. 기존 KT 자체 초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은 기업별 맞춤형 SLM으로 활용, MS 협업 모델과 별개로 지속할 방침입니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 부사장은 "글로벌3(3개 기업) 중심 초거대언어모델 시장이 형성됐는데, 믿음을 LLM으로 경쟁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파운데이션 모델 알고리즘을 알고 있어 기업 니즈에 맞춰 믿음 라인은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AX전문기업의 공식 출범은 내년 1분기로 잡았습니다. AX전문기업은 글로벌 수준의 AX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해외 AI 기반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는 엑센츄어, 슬라럼을 롤모델로 세웠습니다. 정우진 KT 컨설팅그룹장 전무는 "초반에는 AI 전문가가 많은 MS의 역할이 클 수 있지만, KT가 산업 전체적 부분을 끌고 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분기 중으로 다양한 파트너사와 협업하고 국내 AX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AX 전략 펀드도 조성합니다. 역량강화를 위한 R&D도 추진하는데요. 내년 3분기 중으로 공동 R&D 추진은 물론 KT AX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입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는 MS와의 협력으로 KT AX 사업 매출이 2029년에는 1조3700억원 규모로 예상했습니다. 내년 예상되는 2690억원 대비 4배가량 확대되는 규모입니다. 5년 누적으로는 최대 4조6000억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습니다. 

 

 

KT는 자체 LLM 믿음 중심 소버린 AI 전략을 전임 대표 시절부터 준비했습니다.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 AI 역량을 구축하는 것을 국민 기업 KT가 하겠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김영섭 대표 체제하에서는 MS와 협업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NAVER(035420)(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로 AI 사업을 강화하는 것과도 대비되는데요. 

 

KT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MS와 협력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형 AI로 소버린 AI도 지켜내겠다는 목표도 강조했습니가. 김영섭 대표는 "MS는 깐깐한 유럽에서도 AI 협력 모델을 만들어 냈다"며 "정체성을 지켜내면서 고객들에게 빠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