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칩 블랙웰(B)200이 개당 1억원에 가까운 초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전 주문부터 완판됐습니다. 구글·MS·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 정보 기술기업)들의 칩 수급 경쟁 또한 한층 치열해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블랙웰은 기존 차세대 AI칩 H100 대비 성능은 30% 향상됐으며 에너지 소비는 최대 25분의1 수준으로, 일명 ‘괴물칩’이라 불립니다. 회사는 지난 3월 개최한 연례 개발자회의 ‘GTC 2024’에서 이 칩을 처음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AI 응용능력을 가늠케 하는 매개변수가 2조개에 달하는 AI 모델 훈련 시 기존에는 8000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5메가와트(MW) 환경에서 90일 동안 가동해야 했지만, 블랙웰 시스템에서는 2000개 GPU와 4MW 전력만으로도 가능합니다. 전력 소모를 75% 줄일 수 있습니다. 전력 소비를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B200 확보에 역점을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구글, MS 등은 AI 기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데이터센터 추가 건립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운영 지출 절반이 전력 소비에 쓰일 정도여서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만큼 전력 소모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빅테크들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이유도 이들 국가에서 전력 소비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세제 감면은 물론, 전력 요금 할인과 인프라 지원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최대 1050TWh(테라와트시·1TWh는 1조 Wh)로 2022년(460TWh)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는 일본 연간 전력 소비량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MS에 처음으로 블랙웰 시스템을 제공했으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는 블랙웰 샘플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을 인용해 향후 12개월 동안 블랙웰 공급이 매진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상 사전 주문한 구글, MS,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에 공급하는 스케줄이 다 찼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블랙웰 공개 당시 월가에선 칩당 가격을 5만달러(약 7000만원)로 예상했는데, 최근 공급을 시작하면서 가격은 더 오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IT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기업들의 장기적인 목표가 AGI(범용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칩 선택 시 고성능은 물론 전력 소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저전력 칩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NVIDIA) CEO가 지난 3월 18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개막한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엔비디아 GTC'에 참석해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