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향으로 제지업계가 뜻밖의 특수를 맞이했습니다. 당장은 한강의 저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독서 분위기가 확산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요. 제지업계는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매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진열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15일 주요 제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로 인쇄용지 주문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제지업계는 당장의 열풍만으로는 매출 상승까지 기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독서 열풍이 함께 불어 인쇄용지 수요가 늘어나면 매출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한 제지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실적이 상반기보다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면서 "한강 영향으로 주문은 늘었지만 아직 실적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양은 아니다. 50만부 정도라고 쳐도 몇 억원 수준으로, 전체 매출 대비 작은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직 한강 효과가 나타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예단할 수는 없지만 다른 책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 제조업체 입장에서 좋은 일이다. 이번 기회에 좀 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인쇄용지 시장은 사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교과서, 책 등 서적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인쇄용지가 사용되는데 인터넷과 모바일 등 기술과 전자매체의 발달로 전반적인 수요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인쇄용지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돼 왔고, 이에 제지업체들은 설비축소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다시금 책 읽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라는 염원은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제2의 한강을 키운다며 책 읽는 문화 조성에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한동안 디지털 패드 바람이 불었던 초·중·고등학교 교육현장에서도 책 읽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캠페인과 도서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독서를 소재로 한 행사나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6일 한국문학의 국내외 저변 확대와 해외 진출 확대 방안을 모색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는데요. 이들은 한국문학의 해외 홍보 및 출판 지원 사업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출판 지원 사업에 힘이 실리면 제지 수요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제지업계 관계자는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인쇄용지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출판이나 인쇄가 침체기를 겪고 있으니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종이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활력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그동안 유튜브, SNS 때문에 종이책이 홀대를 받았는데 유행에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