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도박 등 불법 게임 단속이 부진해 국내 게임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장에서 나왔습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에게 불법 게임물 단속이 제대로 안 돼 중국에 시장을 뺏기고 있다는 취지로 질의했습니다.
김승수 의원실에 따르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의 불법 도박 규모는 15조원, 불법 사행성 PC방은 1만개로 추정됩니다.
김 의원은 "불법 도박이 아니라 하더라도 PC방에서 사용되면서 등급 분류를 거치지 않은 게임은 단속·처벌을 해야 하는데 그런 실적이 없다"며 "실적 자료를 요구해도 형사처벌 같은 조치 결과, 기본적 통계 자료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17일 오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국어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 산업을 저해하는 대리 게임과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적발 건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대리게임 등 불법 프로그램 판매자 처벌 내용을 보니, 수사의뢰 등 형사처벌 건수는 1%도 안 된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겨우 조치했다는 것이 온라인상의 대리 게임 광고, 핵 오토 프로그램 광고 신고·삭제"라며 "뿌리를 근절 못 하니 대리 게임이 성행하는데 조치 계획은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서태건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수사기관과 공조해 불법 프로그램 단속을 해나가고 있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예산과 인력 보강을 희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인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제대로 조치할 수 있는 권한이 확보되지 않았고, 실제로 열의·열정이 없다"며 "불법 게임 단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국내 게임 발전을 저해하는 대리게임이 근절되지 않으니 외국 게임업체들이 맹추격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어 "지금 중국 게임업계가 구글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우리나라를 앞지르고 있다"며 "5월 통계를 보면 상위권에서 중국 게임사가 차지한 비율이 높다"고 했습니다.
17일 오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콘텐츠진흥원, 국립국어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에 따르면, 상위 20개 모바일 게임 중 중국이 구글·애플·원스토어를 합친 매출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30%로 두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중국산 콘솔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전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우리도 콘솔 게임을 집중 육성한다는데, 중국은 우리를 앞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불법 게임 단속뿐 아니고 우리나라가 기존의 모바일에서 콘솔로 육성하겠다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느냐"고 질의했습니다.
서 위원장은 "최대한 노력하고 앞으로 면밀한 계획을 세워 성과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한국 회사에 갈수록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 게임사에 대한 우려도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텐센트가 국내 유수 게임 업체의 지분을 계속 높이고 있다"며 "넷마블은 20% 가까이 되고 크래프톤은 13.73%"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분이 높아질수록 우리나라 업체 경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지 않겠느냐"며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범정부적으로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 "기존 모바일·PC 게임 위주에서 콘솔이라든지 새로 개척할 영역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면 뭔가 가시적인 지원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내년도 사업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혀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 위원장은 "앞으로 다각도로 검토해서 하나씩 추진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