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게임사 넥슨의 올해 최대 성과는 재무제표에는 잡히지 않을 전망입니다. 20일 밤 텔레비전 중계 화면에 잡힌 한 축구 팬의 눈물이 그 대상이기 때문인데요. 숫자 가치로 측정할 수 없는 이 감동적인 장면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6만4210명의 함성이나 확률형 아이템 매출보다 값진 장면으로 평가될 듯합니다.
이날 넥슨은 은퇴한 축구 전설들을 서울로 데려와 이색 경기 행사 '아이콘 매치'를 펼쳤습니다. 축구계 최고 상으로 불리는 '발롱도르' 수상자 카카와 피구, 셰우첸코, 오언, 히바우두 등 공격수만 모인 'FC 스피어'와 퍼디난드, 비디치 등 수비수가 뭉친 '실드 유나이티드'가 창과 방패의 대결을 폈습니다. FC 스피어 감독은 티에리 앙리, 실드 유나이티드 감독은 파비오 칸나바로가 맡았는데요. 넥슨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에서만 보던 '게임 같은 현실'을 직관할 수 있다는 점이 축구 팬과 게이머 가슴에 불을 지폈습니다.
20일 아이콘 매치에 깜짝 출전한 박지성 선수. (사진=넥슨)
박지성 출전에 "위송빠레!"
아이콘 매치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나오며 시작됐습니다. 실드 유나이티드는 중앙 공격수로 출전한 세이도르프 중심으로 공격을 폈습니다. 전반 초반 세이도르프의 공을 받은 야야 투레의 선제골과 세이도르프의 장거리 골로 전반전을 2대0으로 앞섰습니다. 후반 9분엔 세이도르프의 공을 받은 박주호가 득점했고, 35분에는 마스체라노가 추가 골로 쐐기를 박았습니다.
종료 직전 깜짝 등장한 FC 스피어 박지성 코치는 패널티킥으로 득점해 관중석이 골망처럼 출렁였는데요. 무릎이 안 좋아 출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박 선수가 잔디를 밟자, 팬들은 그의 응원가인 '위송빠레'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날 경기는 실드 유나이티드의 4대1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메인 매치를 직관한 한 관중은 넥슨을 통해 "초등학생 때부터 새벽에 TV 중계를 통해 보면서 동경해왔던 레전드 선수들이 한 번에 모여 실제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을 보니 꿈만 같았다"며 "선수들의 등장부터 플레이까지 여운이 남아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경기장에 남아있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넥슨이 다음에도 이런 이벤트를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이콘 매치의 열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달아올랐습니다. 온라인 생중계 시청자는 이날 본경기와 전야제를 합쳐 약 360만 명을 기록했고, MBC의 단독 TV 중계 시청률은 3.5%였습니다. 유니폼과 머플러 등 아이콘 매치 기념품도 전량 매진되며 행사의 인기를 증명했습니다.
실드 유나이티드가 아이콘 매치 우승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넥슨)
"멈추지 않고 다양한 이벤트 열겠다"
이번 행사는 넥슨이 'FC 온라인'과 'FC 모바일' 서비스를 토대로 기획했습니다. 두 게임을 즐기는 축구 팬들이 오프라인 밖에서도 살아 있는 전설을 만날 수 있게 한 이 행사는 전 세계 최초로 열렸습니다.
넥슨 FC 온라인 서비스를 총괄하는 박정무 그룹장은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단순한 이벤트를 제공했다면, 이제는 실제 축구와의 협업을 통해 더욱 풍부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며 "아이콘 매치도 그 일환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FC 게이머들의 경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박 그룹장은 "이번 아이콘 매치는 상상과 게임에서만 가능했던 전 세계 레전드 선수들의 축구 경기를 선보이며 게임 유저와 축구팬분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축구와 게임을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들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