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한 플랫폼 규제 방안과 관련해 야권이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집중 추궁했습니다. 애초 독자적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과 정산주기 단축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다소 느슨한 규제가 이뤄졌기 때문인데요.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습니다.
커지는 '쿠팡 봐주기' 논란…공정위 대거 '이직'까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정위 국정감사에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가 개최한 공청회 자료를 보면 입점업체의 80% 이상은 구매 확정 '10일' 안에 정산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지만 완전히 묵살당했다"며 "카카오는 구매확정일로부터 3일, 네이버는 2일, 11번가는 1일 뒤 정산을 하도록 돼 있고 아닌 곳은 쿠팡과 무신사 정도"라고 꼬집었습니다.
공정위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에 지급해야 합니다.
천 의원은 "학계에서도 공정위가 내놓은 안이 현실보다 정산기간을 더 길게 설정했다고 한다"며 "이렇게 되면 혜택을 보는 데는 쿠팡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쿠팡 봐주기' 아니냐는 겁니다.
천 의원은 "강한승 쿠팡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라며 "정책 결정 과정에 쿠팡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천 의원은 쿠팡 출신의 공정위 이직을 거론했는데요. 지난 2020년 공정위 경제정책국장이 쿠팡 사외이사로, 2022년 공정위 카르텔 총괄 과장이 퇴직 후 4개월 만에 쿠팡 전무로 자리를 옮겼다는 설명입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한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독자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며 "이후 법 제정이 늦어졌는데 올해 8월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도 독자 제정안 마련을 직접 언급했다가 20일 후인 지난달 9일 갑자기 독자 제정이 아닌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 윤 대통령 전위부대 역할"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 의원은 공정위가 플랫폼 독과점과 관련해 사전지정제가 아닌 '사후추정' 방식을 택한 데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사후추정으로 바꾼 근거가 없다"며 "미스터리한 입법 방침의 급변화는 쿠팡, 배달의 민족 봐주기를 위한 게 아닌가"라며 "20일간 당정을 한꺼번에 움직인 것은 대통령실 입김 아닌가, 대통령실 연락 받으셨나"라고 캐물었습니다.
한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면서도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사전지정 방안을 보고 후 올해 2월 의견 수렴을 더 충분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밖에도 이날 국감에서는 공정위가 다룬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한 정황에 대한 압박이 이어졌습니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니 용산에서 9차례 사용하고 업무지원팀이 위원장실 명의로 사용한 게 64회"라며 "물론 다 용산에서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대통령실과 공정위가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거 아닌가. 공정위가 대통령의 전위부대 역할을 한 거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 넥슨 과징금 판결과 관련해 "올해 1월 공정위가 넥슨에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하면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과징금 결정을 내렸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의지를 어떻게 전달받았나"라고 질타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넥슨 관련 심결 내용을 상의하거나 영향을 받아 처리한 것은 분명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조사와 관련한 것은 독립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감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