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여전히 초박빙 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중 누가 승리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누가 당선 되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통상 장벽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선 판세와 마찬가지로 향후 세계 경제 전망도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습니다.
종반전에 들어간 미국 대선에서 두 후보의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승세가 눈에 띕니다. 그동안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략 2%포인트 격차로 역전한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해리스, '자국 전략산업' 보호…트럼프, '10% 보편관세'
24일(현지시간) 공표된 미 <CNBC 방송> 여론조사 결과(10월15~19일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의 지지율을 기록해 46%의 해리스 후보를 2%포인트 차이로 앞섰습니다. 또 전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 결과(10월19~22일 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에선 트럼프 47% 대 해리스 부통령 45%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포인트 높았습니다. 같은 날 발표된 <미 포브스·해리스X> 여론조사 결과(10월21~22일 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에서도 트럼프 51% 대 해리스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포인트 앞섰습니다.
다만 두 후보 중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두 후보 모두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입 규제를 강화하거나 관세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렇게 될 경우 전반적으로 무역 규모가 감소하게 되면서 세계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으로선 수출 감소, 금리 상승, 환율 불안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잇는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는 덜 하지만, 그 역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수입 규제 조치 강화와 함께 철강·알루미늄·자동차·배터리·태양광 등 자국 전략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는데요. 주요 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관세를 최대 100%까지 인상하기도 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도 집권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다자간 협력과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대중국 접근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역과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강경하지 않겠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비관세 장벽을 높여 반도체 등 첨단산업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등 경제 분야에서 규제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신의 핵심 정책으로 '관세 인상'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하면 중국산 수입품에 60~100%에 달하는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매기는 정책을 내놨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대대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했던 1기 행정부 때보다 한층 더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겁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세계 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높은데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 규모가 내년에 0.8%, 2026년엔 1.3%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중 갈등 땐 세계경제 요동…"누가 당선되든 '배드 뉴스'"
특히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미·중의 무역 갈등이 표면화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경제는 더욱 요동칠 전망입니다. 이에 대한 피해는 한국에 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토마스 헬빙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진행한 IMF의 아태 지역 경제 전망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증대는 (한국의) 주요 하방 리스크"라며 "(미국 대선 이후에) 만약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증가할 경우 한국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확산에 더해 중동 정세 불안까지 악재가 겹친 것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힙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도 동맹 국가 내지 자유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끼리 함께 한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였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 강력하게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를 추진할 것"이라며 "전 세계 경제에 있어 (두 후보 중 누가 돼도) 다 배드 뉴스(나쁜 소식)"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